▲뮤지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퀼트를 팔고 있는 학부형- 당첨만 되면 대박(?)한나영
"아, 이거요? '수지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학부형들이 나선 거예요.(알고 보니 잡상인들은 모두 헌신적인 학부형들!) 오늘 제 딸도 출연을 해요. 뭐냐고요? 하하, 이름 없는 수많은 숲 속의 '후빌' 가운데 하나예요."
"우리 한국에서는 이런 학교 공연에 돈을 내지 않아요. 아마추어인 학생 공연에 왜 돈을 받나요?"
"그럼 한국에서는 공연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나요?"
"학교 예산에서 나오고 또 후원금을 받기도 하고…."
학교 예산이라는 말에 퀼트 여자는 "학교에서는 이런 행사 말고도 돈 들어갈 중요한 일이 많을 텐데"라며 내 말을 잘랐다. 그러면서 이런 데까지 소중한 예산을 쓰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이 공연을 후원하지 않나요?"
"물론 학교에서도 후원을 하지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해요. 이런 공연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의상도 그렇고 무대 장치, 조명, 분장 등등. 이번에 공연하는 뮤지컬 팀은 '브로드웨이'에서 많은 걸 빌려왔어요. 어떻게 학교에서 다 그 재원을 마련하겠어요. 그래서 우리 드라마 팀 학부형들이 좋은 공연을 위해서 이걸 팔고 있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제가 만든 퀼트예요. 1달러인데요. 행운이 따르면 단돈 1달러에 좋은 퀼트를 살 수 있어요. 행운을 기대하면서 이 티켓을 사세요. 그리고 옆에 있는 잼이나 쿠키는 학부형들이 직접 만들어서 파는 건데 맛이 있어요. 하나 사세요. 하하."
알고 보니 이곳에서는 학교 행사라고 하더라도 철저하게 수요자 부담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아마추어인 학생들의 공연이라 하더라도 보는 사람이 개인 부담으로 티켓을 구입하고 관련 부서에서도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었다. 물론 학교에서 지원되는 예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런 활동의 중심에는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돕는 자모회가 있었다. 이들은 학교 예산이 좀 더 중요한 분야에 쓰일 수 있도록 웬만한 학생활동의 비용은 스스로 조달하는 수고를 감당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깊은 뜻을 알지 못해 아마추어인 학생들이 돈을 받는다고 입을 내밀었다. 하지만 내가 내는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알고 나니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었다.
그리고 어설프게만 생각했던 학생들의 공연도 돈을 받기에 충분할 만큼 아주 탁월했다. 마치 브로드웨이 공연팀이 온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말이다. 결국 우리 가족은 둘째 날에도 '다시' 티켓을 사서 한 번 더 '수지컬' 공연을 감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