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쉬켁의 버스 터미널김준희
비쉬켁의 버스터미널은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알마티, 카라콜, 촐폰아타로 가는 사람들, 호객하는 기사들의 목소리와 확성기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형버스가 아니다. 10~15명 정도 탈 수 있는 포드 미니버스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특별히 정해진 출발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버스가 차면 출발하는 그런 형식이다.
버스의 주변에는 신문을 파는 가판대, 삼사를 파는 가게와 작은 매점이 있고 바나나를 파는 아주머니와 과자를 팔며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들로 북적였다.
난 촐폰아타로 가는 버스를 골라 탔다. 촐폰아타는 이식쿨 호수의 북쪽 중앙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비쉬켁에서 촐폰아타로 가는 버스의 요금은 150솜(솜은 키르키즈스탄의 화폐단위, 1달러는 약40솜). 택시를 타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버스는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이다.
이식쿨 호수는 키르키즈스탄의 북동쪽에 위치한 호수다. 해발 1600m에 위치해 있고 최대 깊이가 700m에 이르는 이 호수는, 남미의 티티카카 호수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호수다. 염호인 이 호수는 염분의 농도 때문에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이식쿨. '이식'은 '뜨겁다'라는 뜻이고 '쿨'은 물이라는 뜻이란다.
이식쿨 호수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가 될 것이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겠다고 계획했을 때부터, 난 이 지역에 있는 4개의 큰 호수를 보겠다고 작정하고 있었다. 몽골의 홉스골, 러시아의 바이칼, 카자흐스탄의 발하쉬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이식쿨 호수를 보러간다.
동서로 184km, 남북으로 61km의 크기를 가진 이 호수는 그 주위에 여러 개의 마을과 도시가 있다. 그리고 여행자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있다. 즉 배낭여행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대중교통과 싼 숙박시설을 이용하면서 이식쿨 호수의 동서남북을 모두 여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껏 여행했던 다른 큰 호수들과의 차이점 중의 하나다. 홉스골은 호수의 남서쪽에 모여 있는 캠프장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바이칼은 워낙 커서 한바퀴를 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발하쉬 호수는 그러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