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미군 K-55(일명 오산공군기지) 공군기지와 인근 마을.권우성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 헌병대대 병사들이 지난 수년간 군용품을 빼돌려 미군에 판매한 뒤 1인당 30~200달러 이상씩 챙겨 전역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 국방부에는 이 부대를 전역한 병사들이 군용품을 빼돌려 일정한 돈을 받고 미군들에게 넘기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공군본부 감찰관실은 지난 2월 말부터 해당 부대를 대상으로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군이 사용하는 오산 기지에는 한국 공군헌병들도 방공통제 및 경계 임무를 맡아 함께 복무하고 있다.
이 부대 출신 병사들은 2003년 이후 일부 병사가 함께 근무하는 미군들에게 헬멧이나 헌병 장구류, 행사복 등 군용품을 종류별로 30~200달러씩 받고 팔아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병사들이 전역 직전 미군과 접촉해 흥정한 뒤 물건을 넘겨 범죄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행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군용품은 병사들이 전역 직전 모두 부대에 반납하도록 돼 있다.
전역병들 증언 "군용품 종류마다 일정한 가격 매겨져 있다"
병사들이 팔았다는 군용품은 공군 헌병들이 쓰는 헬멧과 완장, 장구류(가죽벨트, 흰색 장식끈 등)처럼 소품부터 전투복과 스키파카, 행사복 등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부대 전역병들에 따르면, 거래되는 군용품에는 각각 일정한 시세가 매겨져 있을 정도로 매매가 일상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이 부대에서 전역한 황아무개(25)씨는 "매매되는 군용품은 대부분 일정한 가격이 매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버(헌병 헬멧)는 미화 50달러, 완장은 미화 30달러, 헌병 행사복은 미화 200달러 가량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황씨는 복무 당시 한국군 헌병대대 병사와 미군이 군용품을 매매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목격하거나 매매 내용을 들은 것은 1~2건에 불과하지만, 당시 부대 내에는 누가 얼마를 받고 물건을 팔았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았다"고 전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부대에서 복무한 다른 전역병들의 증언도 황씨와 일치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이 부대로 전입해 2004년 전역한 A(26)씨는 "(군용품 절도판매는) 꽤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A씨도 매매현장을 두 차례 목격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았을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군용품을 판매한 사람이 꼭 집어 몇 명이라고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병사들이 제대하는 마당에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대책 없이 저지른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이 부대에서 전역한 B(24)씨도 "당시 파이버(헌병 헬멧) 가격이 개당 20달러가량 됐던 것으로 들었다"며 황씨 등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다만 그는 "한 번 군용품 매매를 목격한 적은 있으나 돈으로 바꾼 것은 못 봤다"고 밝혔다.
B씨는 "내가 본 것은 돈으로 바꾼게 아니고 미군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고어텍스 의류와 군용품을 바꿨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헌병대대 병사들은 달러를 받고 군용품을 파는 것 외에도 미군 물품과 한국군 물품을 맞바꾸는 물물교환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B씨는 "우리 기수가 선임병이 됐을 때는 후임병들에게 물품판매를 금지했다"고 덧붙였다. B씨의 증언을 감안하면, 군용품 판매 관행은 최근까지 이어져온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병사 '매매금지' 요구하자 되레 전출... 은폐의혹도 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