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이 바로 작품이고 무대

[만화야 안녕 20] 농부 만화가들 작품

등록 2006.03.17 13:41수정 2006.03.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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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 여유로운 삶,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이웃이 있는 곳, 왠지 모를 푸근함…. 보통 농촌을 생각하면 많이 떠올리는 것들이다. 매캐한 공기로 가득한 도시에 비해 삶의 질이 훨씬 좋을 것 같은 농촌이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현재 농촌은 쌀개방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막대한 부채에다 추곡수매제 폐지로 인해 쌀값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촌. 마음 속 시골과 현실의 시골은 그렇게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농촌에 살며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농촌을 진솔하게 얘기한다. 막막한 농촌 현실이지만 그런 농촌을 사랑하기에 스스로 삶의 윤활유를 찾고 있는 작가들이 우리를 부른다.


농촌이 들어있는 수필 같은 만화책

포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농부 만화가로 알려져 있는 박연. 본명이 박신애인 그녀는 1980년 순정만화 <환상의 폴로네이즈>로 데뷔한 이후 <발바닥만큼한 이야기>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등 주로 따뜻한 감성의 만화를 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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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브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큰 인기를 끈 적은 없지만 없으면 아쉬운 만화를 그린 가장 한국적인 순정만화가 중 한 명인 그녀가 내놓은 <들꽃 이야기>(허브)는 성인순정지 '허브'에 연재되었던 것을 묶은 것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선정한 2005년도 우수만화이기도 한 이 작품에는 각시원추리, 동자꽃, 구절초, 쑥부쟁이 등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이 가득하다.

중학교 교사인 단비 아빠가 시골학교로 발령받으며 시작된 단비네 가족 이야기. 딸 단비를 중심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계절 피는 들꽃들과 소소한 농촌일상에 작가가 직접 체험한 내용까지 더해져 소박하면서도 재미난 자연도감이 되었다.

농촌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작가는 그런 농촌에 사는 즐거움을 몸으로 터득한지 오래다. 그 중에 하나가 갖은 들꽃들을 모아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인데 덕분에 이렇게 책으로도 엮었다. 초창기 단순한 그림체에서 삽화체로 전환한 작가는 작품에서 작가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한다고 한다.

한 편의 동화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한 농부 만화가의 책을 읽고 나면 막막한 농촌, 현실의 농촌이 따뜻하고 정감 있게 다가온다.

건달이 농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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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만화가게

강화도의 삶을 정감 있게 담아 낸 <삽 한 자루 달랑 들고>란 작품으로 2001년 오늘의 우리만화상과 대한민국 출판문화대상을 받은 장진영. 우리만화연대 회장이기도 한 그의 <무논에 개구리 울고>(행복한 만화가게)는 <삽 한 자루 달랑 들고>의 늦은 후속편이다.

'건달 농부의 농사 일기'란 다소 도발(?)적인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작가가 이웃과 부대끼고 정부정책에 분노하며 그린, 농사를 짓지 않으면 결코 그릴 수 없는 생명력 넘치는 생각 많은 만화다.


도시에서 살던 청년 기관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농촌으로 들어가지만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청년은 현실의 벽에 부딪치다 결국 도시로 돌아가고 만다. 한번만 더 도와달라는 아들 부탁에 고민하다 결국 이장에게 전화해 땅 시세를 물어 보는 아버지, 아토피 걸린 손녀를 위해 무농약 쌀을 구하러 다니는 할아버지 등 다양한 농촌 이웃의 삶을 잔잔하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풀어냈다.

작가가 귀농을 선택한 것은, 건강이 좋지 않은 가족과 정착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제초제를 쓰지 않고 풀을 뽑는다고 하니 좋게 말하면 유기농이요 다르게 말하면 생산성과는 전혀 관계가 먼 농사를 짓는 셈이다.

a <무논에 개구리 울고> 중에서

<무논에 개구리 울고> 중에서 ⓒ 장진영

한 신문에 연재한 시사만평 '삽사리'를 통해 이름을 알린 그는 미대를 졸업한 후 운동권에서 만드는 각종 그림을 그렸고 1988년에는 만화운동 소집단인 '작화공방'을 결성, 대표를 맡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

덧붙이는 글 .

들꽃 이야기 1

박연 지음,
허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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