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담배를 무찔러야 한다"

[옥상결의] 잘 사는 것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등록 2006.03.18 13:46수정 2006.03.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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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염에 걸린 직장동료


"야! 봄바람 좋구나"라고 중얼거리며 회사 옥상에서 봄에 젖어 있는데, 같이 근무하는 직장동료가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제 옆에 왔습니다.

"왔어?"
"이거 점점 심해지는데요."
"뭐?"
"전립선염 말입니다."

그는 전립선이 부어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전립선이란 남자만의 조직으로 방광 밑에 있는 부드러운 조직체인데, 가운데로는 요도가 지나갑니다. 이 전립선이 비대해지거나 염증이 생기면 성기능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합니다. 그 초기증상이 엉덩이 뼈 아래 부분인 치골이 은근하게 아프다는데 그도 그러하여서 상당히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OOO차장! 그거 말이야. 내가 알기론 중년의 사내들이나 걸리는 병인데, 나이 서른에 장가도 안간 사람이 거 무슨 일이야? 그거 아무래도 오진(誤診) 같아."

한번 했던 말이기는 하지만,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번 반복했는데 그는 무언가를 해명해야겠다 싶었는지 말을 길게 이어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이 말하기를 요즘 병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하더라고요. 성인병을 아이들이 앓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전립선염은 두 가지 경로가 있다 하는데요. 운동부족이나 성병 등으로 인한 것이래요. 우리처럼 오랫동안 앉아서 일을 하는 사무직은 운동부족의 케이스인 거지요. 나 같은 경우에는 장가를 가면 나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서 장가를 가면 되겠네. 185cm의 키에 그 잘난 인물이 왜 그러고 있나?"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심성도 곱고 아주 멋있게 생긴 친구입니다.

"OOO님도 조심하십시오! 의자에 30분 이상 앉아계시면 안 된데요. 의자에 앉았던 시간이 약간 경과되었다 싶으면, 잠깐 일어나서 가벼운 운동만 해도 괜찮다고 하니깐 잊지 마세요. 그리 간단하게 예방이 된다는데 저는 상당히 미련했던 셈 입니다."

저도 '건강에 유의하라'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 여러 가지로 몸이 삐걱 삐걱하는군요. 그저께도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이틀 동안 있었거든요.

금연으로 대화의 주제가 옮겨지다

"담배 끊으세요. 저는 아직은 담배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지금 3일째 담배를 안 피고 있습니다." 대화 도중에 습관적으로 담배를 빼어 무는 나에게 그가 한 말입니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금연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이거 참 어렵네. 3년 동안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잡고부터는 담배 끊기가 더 어려워. 집에 있으면 아이들의 태클도 있고 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회사만 나오면 뭔 놈의 스트레스가 그리 많은지. 담배에 계속 손이 가게 되니..."

"저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국립 암센터 박재갑 원장님의 인터뷰를 보고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분은 담배의 백해무익을 주장하면서 '담배제조판매금지법'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는데, 담배를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인 어떤 다국적기업에 의해 테러를 당할 까봐 외국에도 못나가고 계시다고 하네요. 갑자기 충격이 오더라고요. 생명의 위협을 느껴가면서 금연을 주장하시는 분도 있는데 하는 마음이 들어서 담배를 끊기로 했던 것이지요."

금연을 주장하다가 테러의 위협을 당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가 금연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연결이 약간 뜬금없는 비약처럼 느껴졌지만 그는 아주 진지했습니다.

그는 이내 사무실로 들어가서 인터넷에서 받은 자료라 하면서,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이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서 한 인터뷰 전문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기사를 보기 전에는 설마 금연운동 때문에 살해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했고, 그가 표현한 '충격'이라는 말이 왠지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인터뷰기사를 읽고나니, 박재갑 원장의 소신이 느껴지기도 하고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허참! 이런 일도 있나?"

금연운동을 하다 살해위협을 받았다는 말도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암 사망의 30%가 담배 때문이니, 하루에 50명 꼴 수준이고, 삼풍참사가 10일에 한 번, 대구지하철 참사가 4일에 한번 일어나는 셈'이고 '담배에 청산가스나 비소 등 발암물질이 69종이나 들어있으며' '담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4만6천~ 4만8천명이 매해 사망' 하고 있고 '담배 30갑에서 나오는 연기 속의 청산가스를 모아서 70Kg의 사람에게 먹이면 치사량에 이른다'는 등의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충격적인 내용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이거 원 겁나서." 담배가 남은 담뱃갑을 구겨서 던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라이터를 던져버렸습니다. 다들 아실 겁니다. 이 짓이 어찌 한 두 번이랴? '이놈의 담배를 아주 끊기는 끊어야 하는데...' 처음에 끊었을 때는 아주 쉽기도 하였건만. 누가 금연비법을 물을 때 자신 있게 답하기를 "별 비법은 없고, 그냥 피지 않으면 된다우"라고 했건만... 에구, 이놈의 원수 담배야!

정학윤
정학윤
전립선염으로 시작된 대화가 뜬금없는 금연까지 이어지면서, 그와 저는 한 가지 합의점 도달했습니다. "담배를 무찔러야 한다." 일단, 금연을 하자는 것이지요. 물론 운동도 열심히 하자는 결의까지 했습니다. 전립선염은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말고 몸을 약간만 비틀어주어도 예방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했습니다.
이쯤이면 이런 것을 '옥상결의'라고 불러도 되겠지요?

정학윤
우리의 굳센(?) 결의엔 옥상정원 한 켠에서 봄바람과 함께 올라오는 '라일락 망울'이 같이 했습니다. 피어야 느낄 그 향내가 이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이제 정말 봄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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