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 질문 있습니다

등록 2006.03.19 16:00수정 2006.03.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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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은 참여정부가 집권을 한 지 만 3년이 지나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참여정부가 집권한 후 중요 정책들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님께 몇 가지 질문과 당부를 드립니다.<필자 주>

이라크 파병

우리의 아들딸들인 이라크 파병부대, 자이툰 병사들 잘 지내고 있습니까? 그들은 지금 어떠한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나요? 전쟁으로 초토화된 이라크의 복구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포격으로 팔다리가 날아간 이라크 민중들을 치료하고 있습니까? 대통령님은 이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이시니 이에 대한 정보는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계시겠지요? 주권자인 국민은 무척 궁금하답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국제관계나 국내외 정치적 역학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여 국가의 정책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통령은 신중하여야 하며, 외롭고 고독한 정책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통령님의 어려운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 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사들을 정당하지 못한 미국의 침략전쟁에 파병해야 하였는지, 어리석은 백성은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의 고충을 국민 앞에 밝혀 이해를 구할 수는 없는 일인지요?

대통령님께서는 후보시절 "미국에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국민 앞에 굳건히 약속하셨습니다. 지금도 미국에 대고 할 말은 하고 계신지요? 그렇지 않다면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속 시원히 고충을 설명해주시고 이해를 구할 수는 없는 일인지요.

자이툰 부대의 근황에 대해서는 방송이나 신문, 즉 보수지와 진보지를 불문하고 국내의 어떠한 언론도 이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아, 주권자인 국민은 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더니, 그렇게 믿고 있으면 되는 것인지요?

새만금, 천성산 고속철도, 그리고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부터 환경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과 의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21세기는 환경의 세기요, 분권의 세기'입니다. 그런데 대통령님께서 환경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고 계신지 몹시 의문스럽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걱정이 됩니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님께서 분명한 국가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신다면 정말 걱정입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시험하시는 대통령으로서, 그 권한을 산업자원부장관이나 환경부장관에게 충분히 위임해 두신 것인지요?

어리석은 국민은 저으기 걱정이 됩니다. 후보시절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문제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지율스님과 불교계 지도자들과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대통령에 당선되시고 난 후 왜 그렇게 태도를 바꾸었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명을 살리고자 하시는 지율스님이 제 죽겠노라 생명을 걸고 단식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새만금 간척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께서 해양수산부장관시절 새만금의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알고 계셨지 않습니까? 그것은 이전 정권에서 결정된 사안이고, 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이어서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사법권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침묵하신 것인지요?

어떤 자리선가 대통령님께서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 숲 가꾸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하신 말씀을 두고,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는 조금은 거친 표현이긴 하였지만 "미친 소리다"라는 표현을 쓰셨지요. 그 기사를 접하고는 저 역시 도올 선생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현직 대통령의 자리에서 '환경의 중요성과 환경보호를 위한 비전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는데,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직 대통령의 자격으로 무슨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대통령님의 말씀에 고개를 갸웃거렸던 게 사실이었으니까요.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교토의정서에 서명을 하지 않는 등 환경에 무관심하니까, 세계의 정치지형이 환경무시 쪽으로 흘러가는 듯하군요. 하지만 미국도 정권이 바뀌면 금방 달라질 것입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앞날 낭패를 당할 것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미 FTA

또한 대통령님께서는 한미 FTA 체결을 나머지 대통령 임기 중 해결하여야 할 중요 과제로 제시하셨더군요. 정말 그런가요? 그런 것인가요? 정부와 대법원에서 남북통일과 앞으로의 식량 부족을 대비하기 위해 새만금을 막는다고 하니, 농업 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인식에 진정성(?)이 조금은 느껴집니다만, 그것이 진심 맞는가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농업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수많은 전문가와 농민들이 한미 FTA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말에 겸허히 귀 기울여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 드립니다.

사회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참여정부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 정부도 그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는 국가의 세계화ㆍ개방화ㆍ신자유주의화 정책으로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서민의 정부라는 참여정부에서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는데 나머지 열정을 쏟아 주십시오.

분권과 참여, 그리고 국토의 균형발전

‘분권과 참여’를 향한 참여정부 초기의 열정과 취지는 옳았습니다.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이해 못하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탄핵발의와 국회의 의결이 그랬었고, 그 이후 다양한 참여정부의 개혁 정책들이 보수 수구 언론 및 기득권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좌절되거나 지연되어 온 게 사실입니다.

우여곡절을 겪긴 하였지만 그러한 반발을 뚫고 행정복합도시 건설이나 공기업의 지방이전정책을 관철한 것은 참여정부의 성과일 수 있습니다. 그만한 성과도 결코 쉽지 않았던 결과물이라는 것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후보시절의 그 '원칙과 소신' 굴절되지는 않았겠지요. 대통령께서 역사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국민의 성공이자 국가의 성공일 테니까요. 지금 쯤 후보시절 공약사항을 꼼꼼히 점검해 보시고, 하나하나 체크해서 마무리 해 가시길 당부 드립니다.

옳은 정책이었으나 의지와 시간 부족으로 실현이 미흡했던 것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과감히 넘기십시오. 그 모든 것을 이루기엔 5년은 너무 짧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지지자들, 당신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나, 희망이 컸던 만큼 실망 또한 크다는 것을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집권야당에서 희망을 걸 수 없다는 것이 옛 지지자들의 슬픔이자 비극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잘 해주면 좋으련만… 거기에 또 한 번의 희망을 걸어 볼 수 있으련만…․

정권이 집권야당으로 넘어가 역사의 발전을 되돌릴까 두려워하며, 차선으로 민주노동당의 선택을 포기해야 하는 개혁적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또 다시 빚을 져야 하는 그런 불행한 일이 결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약 2년의 세월이 남았습니다. 떠나간 옛 지지자들을 모으는 정책을 펼쳐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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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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