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밖에 있는 이명박(왼쪽) 서울시장과 당을 떠난 최연희 의원.오마이뉴스
최연희 의원은 사죄는 하나 사퇴는 않는다고 했고, 이명박 시장은 사과를 하면서도 (테니스 의혹이) 사실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말이 없다.
아예 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 의원 등에 대한 비난 발언이 쏟아졌다고는 한다. 하지만 향후 대책에 대해 결론을 내린 건 없다. 그래서일까?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은 이것이다. "최 의원은 이미 당을 떠났고 이 시장은 당 밖에 있기 때문에 당이 언급할 위치가 아니다."
참 편하다. 그럼 남의 당 사람이었던 이해찬 총리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날선 공격을 했을까? 물론 공공의 문제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럼 성추행 사건이나 황제테니스는?
답을 구할 이유조차 없다. 어떤 사안은 공공의 기준을 들이대고 어떤 사안은 당 기준을 내미는 이중 태도만 확인하고 넘어가자. 답을 구해야 하는 건 따로 있다. 한나라당은 왜 이런 비판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나 몰라라' 하는 걸까?
웰빙 정당 의원들은 '독박' 대신 '보신'을 선호한다
박근혜 대표의 처지는 어제 이 코너를 통해 짧게나마 짚었으니까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자. 박 대표가 곤혹스런 처지에 빠져있다면 의원들이 나서 길을 열어줄 만도 할 텐데 왜 이조차 하지 않는 걸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꼬리표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나라당의 꼬리표는 '웰빙 정당'이다. 이게 문제다.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인 김영선 의원은 웰빙을 "우아하고 잘 나가는 귀족적인 모습"으로 규정했고, 정형근 의원은 "서민과 근로자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규정했지만 이것보다 더 중한 게 있다.
'웰빙'의 속성은 '오직 나만'이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게 웰빙이다. 웰빙이 실현된다면 굳이 궂은일에 팔 걷어부치고 나설 이유가 없다. 게다가 궂은일 정도를 넘어 자칫 '독박' 쓰는 일이라면 또 다른 웰빙 형태, 즉 보신에 주력한다.
이게 핵심이다. '오직 나만'의 정서가 한나라당을 모래알 정당으로 만든다.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형오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의원들의 "전투력과 역동성이 떨어진다"며 그 이유를 "의원 배지를 뗀다 하더라도 돌아갈 자리가 있기 때문에 궂은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속성)"에서 찾았다.
근거도 제시했다. 한나라당 의원 중 서울대 출신이 45%, 연고대까지 합치면 64%다. 법조계·학계·관계 출신이 60%이며, 영남 지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싹쓸이하고 있다.
당이 죽을지라도 나는 죽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