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기자님들, 성대는 무사하신가요?

[진중권의 창과 방패]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부적절한 교제

등록 2006.03.23 08:15수정 2006.04.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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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최연희 의원 사건, 거기에는 성추행 사실에 가려 묻혀버린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성추행 사건이 이루어진 그 곳이 동시에 언론인과 정치인의 부적절한 만남의 장소, 한 마디로 권언유착의 현장이었다는 점입니다.

정당의 출입기자들이 그 정당의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그런 일상적인 마주침의 자리가 아니라, 대변인과 사무총장 등 당의 주역들을 거느린 당 대표가 기자들을 거느린 신문사의 편집국장을 만나는 자리였죠.

<동아일보>에서는 사설을 통해 이해찬 총리가 기업인과 "부적절하게 교제한 것만으로도 유착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자신들이 야당 대표와 부적절하게 교제한 것 역시 유착 검색대 위에 올려놔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가 하면 조중동을 비롯한 몇몇 언론사의 서울시 출입기자 9명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방미에 동행하면서, 서울시로부터 1인당 4백만 원씩 받았다고 하네요. 이 시장의 방미가 출장을 보내서라도 보도할 가치가 있다면, 회사에서 경비를 대야지 왜 시민들 세금이 이들의 취재비로 쓰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결국 이명박 시장의 홍보맨 노릇을 해주는 대가로 기자들이 시민의 혈세를 써가며 공짜외유를 즐긴 셈인데, 이래서야 어디 기사가 제대로 나올지 모르겠네요. 흔히 언론을 개에 비유하곤 하죠. 이런 유의 권언유착은 권력을 견제하는 '감시견'이어야 할 언론을, 권력 앞에서 꼬리 치는 '애완견'으로 길들이는 일종의 애견훈련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애완견은 짖어도 아주 예쁘게 짖지요. 그것도 시끄럽다고 성대 제거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죠. 이명박 시장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일고 있는데, 우리 애완견들 얼마나 예쁘게 짖는지 보고 싶네요. 기자님들 성대는 무사하신가요? 그건 그렇고 사료 값으로 들어간 시민 혈세라도 좀 돌려받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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