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한 박광태 시장 "반 삼성 시위로 광주 초토화"

27일 화물연대 대규모 시위 앞두고 긴장 고조... 광주시·노동청 등 '압박' 회견

등록 2006.03.23 20:19수정 2006.03.2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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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3일 박광태 광주시장, 이기권 지방노동청장 등이 화물연대 시위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민주노총 소속 관계자들이 '광주정신 팔아먹는 박광태는 시장자격없다'는 구호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했다.

23일 박광태 광주시장, 이기권 지방노동청장 등이 화물연대 시위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민주노총 소속 관계자들이 '광주정신 팔아먹는 박광태는 시장자격없다'는 구호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오는 27일 민주노총 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의 총파업 비상총회와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경찰과 행정기관 등의 엄포와 압박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노사갈등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일부 언론의 '지역경제 위기론'과 '지역이미지 악화' 등이 나와 노동계 반발을 사고 있다.

화물연대는 전국 조합원 5천여명과 차량 2천여대를 광주에 집결, 26일 투쟁 전야제를 열 계획이다. 다음날인 27일에는 비상총회를 열고 "삼성자본을 상대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51명에 대한 계약해지 문제가 전국적인 사안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에 22일 경찰은 지난 18일까지 차량시위에 참석했던 전국 500여대 차량 차주들에게 출두요구서를 보내고 "불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면허취소 등 행정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계가 달린 차주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대규모 집회 등을 의식한 일종의 '엄포'를 놓은 셈이다.

이어 23일에는 광주시와 경찰·노동청·경제단체 등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시위를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화물연대를 향한 여론압박인 셈이다.

박광태 시장 "용서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 수차례 거듭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박광태 시장은 때론 얼굴을 붉히며 열변을 토했다. 박 시장은 "지역경제가 살아나려는 상황에서 수도권과 영남권 화물연대 차량이 삼성전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광주 초토화", "용서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을 수차례 거듭했고 "광주가 투쟁 현장으로 되면 강성 이미지 때문에 누가 투자하겠냐"고 주장했다.

또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없다가 호소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노사간 문제는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고 상당 기간 자율에 맡겼다, 호소는 1단계"라며 "안 되면 2단계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공세적인 질문에 얼굴이 상기되기도 한 박 시장은 "기자들도 지역경제 살리기에 함께 해야 한다, 기자들에게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기권 광주지방노동청장 역시 중재노력을 하지 않은 채 회견에 나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청장은 '이후 중재노력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화물연대는 현행법상 법외노조여서 중재할 위치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운송료 현실화와 지속적인 일자리 보장이 쟁점이라면 사적 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지금 연락해서 뜻을 묻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광주 노사관계는 평온했다,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지속해 달라는 의미"라며 회견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범죄 급증 현상의 원인을 '화물연대의 불법시위'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민생치안 유지에 매진해야 할 경찰력이 화물연대 파업 등 노사갈등 현장에 집중 투입되면서 강도·절도·폭력 등 시민안전과 직결되는 범죄가 30% 이상 급증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구체적 사례와 데이터'를 묻자 홍영기 전남지방경찰청장은 "3월 현재 치안사건을 분석했는데 생활안전·편의점 연쇄 강도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야간에 병력이 묶이고 있다"고 답했다. 시위때문에 사건 사고가 더 일어나고 있다는 개연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성난 노동계 "광주시장이 삼성 노무담당 이사인가"

a 화물연대는 삼성광주전자를 상대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 16일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광주시청, 하남공단 인근 도로 등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화물연대는 삼성광주전자를 상대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 16일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광주시청, 하남공단 인근 도로 등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광주드림 안현주

한편 기자회견 도중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광주시는 삼성공화국 자치단체냐', '광주시장도 삼성의 장학생이냐'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했다. 이들을 끌어내는 동안 회견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은 "끌어내, 왜 민주노총이 이 자리에 있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문길주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노동안전부장은 "51명이 해고됐는데 중재 한 번 안 하다가 이런 기자회견을 할 수 있냐"고 항의했고, 정희성 지역본부장은 "삼성이 운송료가 가장 낮다, 생존권 문제가 걸린 문제다, 대화를 하려면 당장에 복직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다"며 "박광태 시장은 시장인지 삼성 노무담당 이사인지 명확히 신분을 밝히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사태의 출발은 화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다"며 "기자회견은 사태를 해결하기보다 화물노동자들의 분노를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광주전남민중연대와 민주노총 등은 24일 오전 시청 앞에서 광주시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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