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노 대통령 스크린쿼터 잘 모르더라"

23일 인서점 좌담회 참석..."이상 버리고 현실 택한 대통령에 배신감"

등록 2006.03.24 09:14수정 2006.03.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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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지영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것저것 다 내줬다며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정지영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것저것 다 내줬다며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 인서점

'문화침략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 정지영(영화감독) 공동위원장은 정부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 결정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것저것 다 내준 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공동위원장은 23일 저녁 서울 광진구 '인서점' 문화사랑방 초청 좌담회에 참석해 "오늘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지켜보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스크린쿼터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노 대통령은 친미 경제관료들에게 둘러싸여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쉽게 끝내겠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이는 그가 당초 이상을 버리고 현실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노 대통령을 지지해온 사람으로서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공동위원장은 이어 "영화의 경쟁력은 작품의 내용이나 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유통)에 달려 있다"면서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가게에 진열하여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적으면 잘 팔릴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콘텐츠가 풍부한 미국 직배사들이 한국 극장주들에게 한국영화 간판을 내리지 않으면 대작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할 것"이라며 "결국 상영일수를 확보하지 못한 제작자들이 의욕을 잃어 <왕의 남자>와 같은 한국영화를 만들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공동위원장은 또 미국이 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분석도 내놨다.

그는 우선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가는 한류와 한국영화의 빠른 성장 속도에 미국 영화업계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동시에 스크린쿼터제를 도입하려는 다른 나라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를 한국영화 위기로 진단한 정 공동위원장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가 단순히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면서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해 특정 국가의 영화 상영일수가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이른바 역스크린쿼터제 도입을 제안했다.

정 공동위원장은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를 위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파탄내야 한다"면서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은 이후 더 큰 저항 더 큰 싸움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투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화 <남부군>의 감독이기도 한 그는 '본업은 포기한 것이냐'는 질문에 "일제시대 항일혁명가 김산의 '아리랑' 시나리오 작업을 4년째 하고 있다"며 "대책위 활동이 끝나는 대로 중국으로 촬영을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a 23일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인서점' 문화사랑방 좌담회 참석자들이 정지영 영화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23일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인서점' 문화사랑방 좌담회 참석자들이 정지영 영화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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