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잃더라도 30년을 얻겠다!"

불안정한 미래에 저항하는 프랑스 젊은이들

등록 2006.03.24 14:19수정 2006.03.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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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6년 3월 16일 프랑스 파리

2006년 3월 16일 프랑스 파리 ⓒ 조영표

a 2006년 3월 23일 파리

2006년 3월 23일 파리 ⓒ 조영표

최초고용계약제(CPE)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내놓은 이 법안은 기업들이 만 26세 미만의 젊은이들을 고용한 후 첫 2년 이내에는 특별한 사유 없이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프랑스는 지금 이 법안에 반대하는 고등학생, 대학생, 노동자들의 연대 시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거세지는 양상이다.

a 2006년 3월 16일 프랑스 파리

2006년 3월 16일 프랑스 파리 ⓒ 조영표

a 2006년 3월 16일 파리 소르본느 대학

2006년 3월 16일 파리 소르본느 대학 ⓒ 조영표


어느 대학생은 이번 투쟁에 임하는 자신의 결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년을 잃더라도 30년을 얻겠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이번 투쟁이 주는 충격은 시위의 규모나 격렬함이 아니다. 정부의 새로운 노동정책에 반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의 정치의식과 연대정신이다.

그들은 '미래 노동자'로서 자신들의 삶의 질을 보장받길 원하고 있고 미국이나 영국과는 한발 떨어져서 지켜온 프랑스식 가치를 지켜나가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는 그간 완전고용, 경제성장, 사회통합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이는 프랑스만의 분명한 가치이자 사회적 합의였었다. 비록 자크 시라크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신자유주의의 높은 파고에 자신들의 가치가 잠식해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a 2006년 3월 16일 파리

2006년 3월 16일 파리 ⓒ 조영표

a 2006년 3월 16일 프랑스 파리

2006년 3월 16일 프랑스 파리 ⓒ 조영표

지난 3월 19일 시위는 고등학생, 대학생, 학부모, 교사, 노동자들이 다 함께 참여한 대규모 연대시위였다. 이는 곧 프랑스인들 2/3가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는 여론의 반증이었고 한편으로는 연대정신 실천의 장이었다.

파리 시위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면서 얼마 전 인터넷상에서 본, '비정규직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하던 뉴스 장면이 떠올랐다. 마침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에 많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던 탓에 이마저도 큰 관심사가 되지 못했던 사실에 마음이 착잡했다.


a 2006년 3월 16일 파리 소르본느 대학

2006년 3월 16일 파리 소르본느 대학 ⓒ 조영표

a 2006년 3월 23일 파리

2006년 3월 23일 파리 ⓒ 조영표

한국에서도 이미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미명 하에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산됐고 사회적인 쟁점이 된 지 오래지만 노동계를 넘어서 국민적 관심사가 되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처우 개선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을 바라보는 한국 대학생들의 시각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개인경영'과 '개인경쟁력'을 주제로 한 실용서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국내 현실이지만 한국의 대학생들도 '미래 노동자'로서 자각하고 비정규직법안에 맞서 학내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노동자들과 두 손 맞잡고 투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a 2006년 3월 23일 파리

2006년 3월 23일 파리 ⓒ 조영표

a 2006년 3월 23일 파리

2006년 3월 23일 파리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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