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신문사 주최 마라톤대회 '봇물'

[지역언론 별곡-110] 전국은 지금 마라톤 중'...신문사가 뛰나, 건각이 뛰나?

등록 2006.03.26 13:57수정 2006.03.26 15:43
0
원고료로 응원
'춘천호반 마라톤대회', '진주남강 마라톤대회', '섬진강 마라톤대회', '새만금 마라톤대회', '해남 땅끝 마라톤대회', 'DJ평화 마라톤대회', '제주국제 마라톤대회'....

바야흐로 마라톤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대회 명칭도 다양하다. 기상천외한 대회 명칭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홍보전이 점입가경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중앙의 과점신문사들이 주최해 온 서울, 부산, 춘천 등 주로 지명을 딴 마라톤대회가 그간 언론사 주최 마라톤대회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최근 각 지역마다 주요 바다와 강, 호수, 유원지 명칭을 앞세운 마라톤대회가 곳곳에서 치러지고 있다. 봄이 무르익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건각들이 달리고 있다.

온갖 명칭 내세운 마라톤대회 전국 각지에서 추진 '백태'

a 경남일보가 주최하게 될 '진주남강 마라톤대회' 안내광고

경남일보가 주최하게 될 '진주남강 마라톤대회' 안내광고 ⓒ 박주현

a 국제신문의 '부산 하프마라톤대회' 안내 광고

국제신문의 '부산 하프마라톤대회' 안내 광고 ⓒ 박주현

딱히 계절 구분도 없다. 3.1절, 5.18, 제헌절 등 국경일과 각종 기념일을 내세운 마라톤대회가 지역마다 쉬지 않고 풀가동되고 있다. 여기에 '독도 지키기', '무궁화 사랑', '물 사랑', '녹차', '여성', '평화'를 주제로 한 등 마라톤대회 명칭이 갈수록 이벤트, 세분화되는 추세다.

주5일 근무제 확산과 웰빙 붐 조성으로 마라톤 동호회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마라톤이 이젠 대중스포츠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건각에 대한 관심과 대회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지역 신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라톤대회를 유치함으로써 수익사업과 연관지으려 하고 있다.

대회를 치름으로써 참가비와 협찬 또는 광고 수익을 올려 경영에 보탬도 될 뿐 아니라 언론사도 알리고, 독자들의 건강까지 챙긴다는 명목까지 포함하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

그동안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국제 규모의 마라톤대회를 중앙매체들이 추진해 왔지만 지역 언론사들도 각 지자체, 체육회, 중소기업 및 단체 등을 후원 또는 협찬 파트너로 끌어들여 제법 규모가 큰 행사를 치르는 곳이 늘고 있다. 완연한 봄철을 맞아 전국 각 지역신문들은 연일 인터넷 홈페이지와 지면을 통해 마라톤대회를 홍보하면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조선일보>, <강원일보> 의암호 주변서 '주거니 받거니' 행사


a 동양일보의 '청주 마라톤대회' 안내 광고

동양일보의 '청주 마라톤대회' 안내 광고 ⓒ 박주현

a 울산매일이 주최한 '전국 마라톤대회' 안내

울산매일이 주최한 '전국 마라톤대회' 안내 ⓒ 박주현

국내 또는 국제 마라톤대회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강원지역에서는 4월 23일 치러질 '제3회 춘천 호반마라톤대회'가 눈길을 끈다. <강원일보>가 춘천시와 공동으로 주최하게 될 이번 대회는 의암호 주변에서 매년 펼쳐지는 <조선일보 마라톤대회>와는 별도로 지역언론과 자치단체가 3년째 추진해 온 대회다.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등 3구간으로 나누어 진행될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강원일보>는 참가자들에게 국수와 감자 등을 나눠줄 것이라는 이색 홍보문구를 홈페이지에 계속 띄워놓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조선일보>가 특별후원사로 동참할 것이라는 안내 또한 주목을 끈다.


경기지역은 <경기일보>와 <인천일보>가 마라톤대회를 놓고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일보>는 인천시와 대한육상경기연맹, (사)인천마라톤조직위원회 등과 공동으로 '제6회 인천국제마라톤대회'를 26일 치렀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해 왔다.

풀코스와 하프코스 외에 10km, 5km 4개 부문으로 나누어 이날 오전 9시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과 송도해안지구에서 개최된 행사에는 문광부와 인천시교육청 등 무려 10개 기관과 단체가 후원하여 부러움을 샀다.

<경기일보>, <인천일보> 수도권마라톤 유치경쟁 '볼만'

<인천일보>는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국제도시 성공을 기원한다는 취지를 무게 있게 강조해 왔다. <경기일보>도 이에 질세라 경기도와 수원시, 화성시 등과 공동으로 4월 23일 '제4회 경기마라톤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참가인원을 1만1000명으로 선착순 제한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수원종합운동장을 출발하여 수원시와 화성시 일대에서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등으로 나누어 실시하게 될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일보>는 '전국마라톤 최강전', '경기도민의 축제'가 될 것이라며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충청지역에선 <동양일보>가 4월 16일 '제7회 청주마라톤대회'를 한창 준비 중이다. 청주 국제공항에서 오창과학산업단지를 달리게 될 이번 대회는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로 나누어 진행된다.

전북지역에서는 4월 2일 펼쳐질 '2006 전주마라톤대회'가 <서포츠서울>, 전북도, 대한육상경기연맹이 공동 주최하고 전주시 등 7개 기관 및 단체가 후원, 주관하게 됐다.

그러나 9개에 달하는 지역 일간지들은 이같은 지역마라톤대회를 외지 신문사에 빼앗긴 때문인지 최근 공사 재개가 결정된 새만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내달 완공을 앞둔 새만금 주변에서 자전거타기대회와 마라톤, 걷기대회 등을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일부는 발 빠르게 홍보에 돌입했다.

전남지역의 마라톤대회 유치경쟁은 볼만하다. <광주일보>와 <전남일보>, <전남매일>이 각축을 벌이는 사이 지역의 주간신문들도 만만치 않게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광주, 전남지역, 마라톤 유치경쟁 가장 치열... 전국지, 주간지 가세

a 제민일보의 '제주국제 마라톤대회' 안내

제민일보의 '제주국제 마라톤대회' 안내 ⓒ 박주현

a 목포투데이가 주최한 'DJ 평화마라톤 대회' 안내

목포투데이가 주최한 'DJ 평화마라톤 대회' 안내 ⓒ 박주현

<광주일보>는 최근 3.1절 기념 '41회 전국마라톤대회'를 치른 데 이어 <전남매일>은 5.18 마라톤대회를 준비 중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5.18 마라톤대회'는 <전남매일>과 5.18기념재단이 공동 주최하며 광주광역시와 전남도가 후원, 5월 14일 열릴 예정이다. 타 마라톤대회와는 달리 건강코스로 정해 상무시민공원에서 출발하여 5.18 민중항쟁 그날을 되새긴다는 취지가 이채롭다.

또 '호남 국제마라톤대회'가 4월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 및 광주, 전남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 대회는 <전남일보>와 광주광역시, 전라남도가 공동 주최하여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 등 4개 부문별로 실시된다.

이밖에 <해남신문>은 4월 2일 '제4회 땅끝 마라톤대회'를, <목포투데이신문>은 오는 4월 15일 '제1회 DJ평화 전국마라톤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목포 유달산 배후면 해변가를 무대로 실시하게 될 평화마라톤대회는 목포시가 함께 주최하며 하프코스와 10km, 5km외에 건강코스인 3km 코스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외에도 전남지역에서는 중앙 및 지역 일간지들이 주최하는 '보성녹차 마라톤대회'와 '섬진강 마라톤대회'가 매년 실시되고 있다.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국제신문>이 5월 21일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인근에서 '2006 부산 하프마라톤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3월 7일부터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선착순 접수 받고 있는 <국제신문>은 하프코스와 10km, 5km로 나누어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 경남, 제주 지역, '하프, 전국, 국제규모 유치경쟁' 다채

<경남일보>는 4월 30일 '진주남강 마라톤대회'를 진주시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진양호 호반을 따라 달리게 될 이번 마라톤대회는 풀코스와 하프코스 외에도 10km, 5km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또 <울산매일신문>은 26일 '제3회 전국마라톤대회'를 울산 문수축구장 일원에서 실시했다.

제주지역에서는 <제민일보>가 4월 23일 '제주국제마라톤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마라톤대회는 제주도 육상경기연맹이 주관하여 기존의 국내규모 마라톤대회를 한 차원 높여 국제규모로 발돋움 시킨다는 취지다.

이처럼 지역특성을 최대한 반영시켜 지역 언론사와 자치단체, 관계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마라톤대회가 줄을 잇고 있다. 마라톤 동호회와 애호가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마라톤대회가 봄, 행락철에 집중됨으로써 차량통제 등으로 적지 않은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시내 주요 간선도로와 유원지 주변의 교통흐름을 차단하면서 실시하는 마라톤대회가 남발되기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실시되면서 최근엔 대회 도중 사망사고도 늘고 있다.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대회를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언론사들의 얄팍한 수익사업 목적이 자칫 취지의 근간인 공익을 뒷전으로 밀어내선 곤란하다.

수익사업을 위해 신문이 뛰는 마라톤대회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역 마라톤대회 유치가 아쉽다는 따가운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2. 2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3. 3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4. 4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5. 5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