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내리는 간이정류장

시골 마을을 지나다가 만난 사람

등록 2006.03.26 15:42수정 2006.03.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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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정자 문화의 백미 순창을 지나며.
대나무·정자 문화의 백미 순창을 지나며.윤재훈
봄빛 내리는 간이정류장

시골 마을 분교,
수업이 막 끝난 모양이다.
봄볕 내리는 정류장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한가롭다
세상에서 저보다 아름다운 표정이
또 어디 있을까?


내 나이 고만고만할 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고무줄 하는 여학생들 뒤로 살짝 숨어 들어가
그 줄 끊어놓고 도망갈 텐데.

어머니가 고구마 삶으면,
깜장 묻은 내 얼굴 씩씩 닦고,
뜨끈한 고구마 몇 개 식기 전에
그녀의 사립 열고 갖다 줄 텐데.

그 소녀 지금 소도시 어디쯤에서 아이 낳고, 얼굴에 거미줄처럼 주름 몇 개 내려앉은 채 살고 있다던데. 시장 바닥에서 업고 있던 애기 돌려 젖먹일 나이도 지났다고 하던데.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가슴이 미어지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어디선가 대중가요 한 소절이 지나가고
아이들 머리 위로 대나무 그늘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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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년여 세계오지 배낭여행을 했으며, 한강 1,300리 도보여행, 섬진강 530리 도보여행 및 한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습니다. 이후 80일 동안 5,830리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였습니다. 전주일보 신춘문예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시를 쓰며,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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