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만간 행동에 나설 것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선전포고'로 규정

등록 2006.03.27 14:58수정 2006.03.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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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지도부가 조만간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 맞서 모종의 대응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북한 지도부는 이미 결의를 굳히고 행동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은 이미 작년 연말부터 감지되던 것이었다. 북한의 움직임이 간과된 것은, 한국 등 국제언론이 그동안 미국의 대북 압박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9월 6자회담 공동성명 이후 북한은 이미 '평화적인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것 같다'는 판단을 해 왔다. 왜냐하면, 공동성명 이후에 미국이 도리어 대북 금융제재를 가하는 등 압박의 수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연말부터 이미 북한은 모종의 대응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2005년 연말부터 행동 준비

북한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2005년 12월19일 <조선중앙통신> 상보를 통해 북·미 핵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상보에서 인민군은, 부시 행정부가 신뢰할 만한 협상 파트너가 못 되며 북-미 양국은 개념상의 전쟁 상태에 있으므로 자국이 미국에 맞서 핵무기로 자위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오마이뉴스> 3월 12일 "북한의 위폐 협의요청은 '명분 축적용'... 미, 자만 말라" 참조).

미국이 이 상보에 특히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이를 통해 북한 군부가 미국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전달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북한 군부가 핵문제에 있어서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동안 외무성 주도의 노력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한계를 느끼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작년 공동성명 이후 외무성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대화로 풀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북한의 '또 다른 기관'에서는 행동을 위한 명분을 축적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는 점을 미국은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은 최근 자신들의 행동이 북한의 신경을 더욱 더 자극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3월16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를 통해 북한 등 7개국을 '폭정국가' 및 '선제공격 대상'으로 규정했다. 북한은 이것을 일종의 '선전포고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한 북한의 정서는 3월2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미국의 NSS를 선전포고로 인식

그리고 미국은 3월25일부터 6박 7일간 진행되는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과 독수리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미 해군 최대의 핵항공모함인 '아브라함 링컨'을 파견하는 등 북한을 상대로 핵공격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적 방법을 원한다면 최근 일련의 상황 전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기회만 있으면 군사적으로 압박할 것이며, 특단의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절대로 평화적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북한 지도부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를 내용으로 하는 6자회담 공동성명을 채택한 미국이 또다시 북한을 폭정국가니 선제공격 대상이니 하면서 압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지도부로서는 미국에 대한 미련을 말끔히 지워버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북한은 향후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가? 북한이 미국의 NSS를 선전포고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지금 당장에 북한 지도부가 어떤 전쟁을 벌이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미국의 NSS를 두고 선전포고문이라고 했지만, 북한 지도부는 실제로는 그것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취할 다음 단계 행동조치는 '미국이 평화적 카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미국과의 전면전을 원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에 일단 제동을 걸려 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응조치는 일단 브레이크 거는 것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 하는 점은, 3월23일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담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담화문의 제목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북한은 미국에 맞서 주권을 지키려면 "강력한 자위적 행동조치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자위적 행동조치란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2가지 정도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자위적 행동조치의 주체이며 그것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 것인지 하는 점이다.

미국처럼 우월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면 북한도 대미(對美)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겠지만, 지금 북한의 경제력으로는 그것은 꿈도 꾸기 힘든 일이다.

최근 중국·러시아가 북한에 접근하고는 있지만, 지난 제1차 핵 위기 때에 드러난 바와 같이 두 나라는 본질적으로 믿을 수 없는 나라들이다. 적어도 지금 상황으로서는 양국이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외교적 압박을 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 북한에서는 외무성보다는 인민군이 김정일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핵 대결 과정에서 조만간 김정일 위원장의 의지를 행동으로 옮길 북한의 국가 기구가 어디인지 하는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외교적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그리고 북한이 조만간 취할 모종의 행동조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는, 제1차 핵 위기 때에 2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하와이 및 괌 인근의 미군 기지 앞에 투하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무서워하는 것을 그들 앞에 내놓을 것이다. 미국이 무서워하는 것 중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취하게 될 행동조치는 종전과는 다른 양상을 띨 가능성이 있다. 제1차 핵위기 때에 ICBM 발사로 제네바합의서까지 얻어 내긴 했지만, 지난번과 똑같은 방식을 구사한다면 미국 지도부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경우에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띠게 것이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는 모종의 행동조치를 선보임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이해를 구하기 위해 가능한 한 국제법을 준수하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모종의 행동조치로 미국을 위협할 때에, 가급적 미국의 영토·영해·영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이후의 행동조치는 또 다른 양상을 띨 수 있겠지만, 적어도 다음 단계 행동만큼은 가급적 국제법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가급적 국제법은 준수

그런데 지난번 제1차 핵위기 때처럼 미국이 북한에게 당한 치욕을 숨기려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1993년에 북한으로부터 ICBM 위협을 받은 사실을 무려 8년간이나 숨긴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은 자국의 대미 위협이 은폐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번 행동조치의 목적 중에는 미국의 치부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다는 취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다음 번 행동조치를 적극적으로 은폐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사실의 공개 여부는 양국의 미디어 선전전 역량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 언론은 '특종'이 은폐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양국 간 미디어 선전전 치열할 것

그럼, 북한 지도부가 다음 단계 행동조치를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그러한 조치를 통해 북한은 '상상 속의 미국의 국력'과 '현실 속의 미국의 국력'이 다르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킬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북 압박에 맞서 북한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군사적으로 공격하면 북한도 동일한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평화적 방법이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음 단계 행동조치를 취한 다음에 북한은 당분간 미국의 후속 조치를 관망할 것이다. 북한은 평화적 문제 해결의 최종적 가능성 여부를 타진할 것이다.

북한측의 움직임을 볼 때, 앞으로 당분간은 북한이 더 이상 미국에 평화를 '구걸'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 그러므로 스스로 압박조치를 거두든지 아니면 북한의 다음 단계 조치를 경험하든지 그것은 미국의 몫에 불과할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이미 부시 행정부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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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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