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특보의 '효자동 횟집', 얄궂네~

[取중眞담] 하필이면 청와대 앞인가

등록 2006.03.27 18:20수정 2006.03.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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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004년 4월 열린우리당 대구 동구갑 후보로 나섰던 이강철 특보가 역전시장에서 개인연설회를 갖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04년 4월 열린우리당 대구 동구갑 후보로 나섰던 이강철 특보가 역전시장에서 개인연설회를 갖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가 알고 있는 '이강철'이란 인사는 두 사람밖에 없다. 한 사람은 기아 타이거즈 투수코치로 활약중이고, 다른 한 사람은 지난 23일 노 대통령의 정무특보로 위촉돼 또다시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투수코치 이강철씨는 최근 미국으로 6개월간 연수를 떠났고, 정무특보에 내정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오는 4월 10일 횟집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횟집을 차리는 거야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강철 특보가 차리는 횟집이 청와대 근처(종로구 효자동)에 있다는 점이다. 권부(權府)인 청와대와의 거리가 차로 5분밖에 안된다. 정부종합청사에서는 더욱 가깝다.

대통령 핵심 측근이, 그것도 청와대 근처에 차리는 횟집이라는 점에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이 특보는 하필이면 청와대 근처에다 '횟집 개업'을 감행한 것일까?

이 특보 "생계용 횟집"... 한나라당 "청와대가 어시장이냐?"

처음 청와대 근처에 횟집을 열 거란 얘기가 나돌았을 때, 이 특보측은 "서울에서 아는 곳이 청와대 부근과 여의도밖에 없다"며 "두 지역 중 청와대 부근에 중저가 횟집이 별로 없어 그쪽에 차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특보도 '생계용 횟집'임을 강조하며 정치적 해석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동업을 하는 친구가 지금 효자동 쪽에서 운영 중인 삼계탕집 옆에 가게 터를 잡다 보니 청와대 부근에 횟집을 내게 된 것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것일 뿐이다.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

물론 '생계용 횟집'이라는 이 특보의 해명에 전혀 수긍이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는 오랜 기간 민주화운동과 정당활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만한 직업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정도를 제외하면 그의 처지는 대체로 곤궁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배수진을 친 지난해 10·26 재선거에서조차 패하고 야인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말이다.


하지만 이 특보가 아무리 '생계용 횟집'이라고 해명해도 여권내 그의 비중을 감안할 때 정치적 해석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죽했으면 '횟집정치'란 말까지 나왔겠는가.

정인봉 한나라당 인권위원장은 이 특보가 정무특보로 내정된 다음날(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그의 횟집 개업을 이렇게 꼬집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특보가 아무리 무보수 명예직이라 해도 대통령 측근이라는 막강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청와대 앞에다 횟집을 열고 직원들에게 회를 판다면, 청와대가 어시장도 아니고 나라 기강이 어떻게 되겠냐."

'정치적 사랑방' 잡음 예상... 입방아 덕분에 대박 예감?

a 남편 선거유세를 지원하고 있는 이강철 후보 부인. 이 특보의 부인은 대구에서 횟집운영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남편 선거유세를 지원하고 있는 이강철 후보 부인. 이 특보의 부인은 대구에서 횟집운영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 김용한

이 특보는 지지리도 '선거복'이 없는 사람이다. 이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그가 걸어온 길만 보더라고 금방 알 수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17대 총선 출마→낙선→대통령 시민사회수석비서관→10·26 재선거 출마→낙선→대통령 정무특보….

하지만 이 특보만큼 노 대통령의 보은을 입은 측근도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에서 패배하고 돌아올 때마다 노 대통령은 그에게 '수석'과 '특보'의 감투를 씌워주었다. '선거복'은 없었지만 '감투복'은 있었던 셈이다.

물론 수석과 달리 특보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하지만 이 특보가 당·청간 가교역할을 맡은 정무특보라는 점에서, 그에게는 노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무보수 명예직'이긴 하지만 그가 앉은 자리는 여전히 권력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 특보가 다른 데도 아닌 청와대 근처에 횟집을 차린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정·관·재계 인사들이 드나들면서 횟집이 '정치적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런저런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이 특보의 동업자(초등학교 동창)가 노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횟집이 입방아에 오를 호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토속촌'이라는 유명한 삼계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동업자는 1990년대 초반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후원자로 활동해왔다고 한다.

그나저나 효자동 횟집은 개업 전부터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됐다. 그런데 사람들은 입방아가 입소문으로 바뀌어 장사에서는 대박을 터뜨릴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한편 회집 운영을 맡은 황일숙씨(부인)는 이 특보가 지난 2000년 노무현 캠프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대구에서 '섬횟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7년간 횟집을 운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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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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