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제발 레퍼토리 좀 갈아줘요

[진중권의 창과 방패] 흘러간 옛 노래 '사상검증'

등록 2006.03.28 08:19수정 2006.04.09 17:38
0
원고료로 응원
a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남편 문제를 부인문제와 연관시키는 건 연좌제가 폐지된 현실에서 부적절하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사진)이 며칠 전 어느 방송에서 한 말입니다.

"남편이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됐었고 한 지명자 본인도 이념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이건 같은 분이 어제 현안브리핑에서 한 말입니다.

한마디로 이 대변인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함으로써 스스로 실이 없어진 셈인데, 물론 전자는 이 대변인의 개인 의견, 후자는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겠지요. 어쨌든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이란 게 그 당의 대변인조차 "부적절하다"고 말했던 태도라는 게 재미있네요.

압권은 그 다음입니다.

"연좌제가 폐지된 상황이므로 한 지명자 스스로 자신의 이념적 좌표가 어디쯤인지 밝혀야 한다."


연좌제가 폐지됐다며 남편을 들어 이념적 좌표를 밝히라네요. 웃을 소(笑) 소변인, 지난번 야구 농담은 썰렁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웃기셨네요.

한나라당의 태도가 정신이 없네요. 한명숙 지명자에게 찬성했다가, 반대했다가, 찬성하되 당적 이탈 안하면 청문회를 안한다고 했다가, 이제는 청문회를 하되 사상검증을 하겠다고 하네요.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더니 기껏 가장 혐오스러운 짓을 청문회 전략으로 택했군요. 구제불능이네요.


a 진중권

진중권

반면 민주노동당에서는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정책적 접근으로 (한나라당과) 차별화된 태도"를 보이겠다며, 그동안 한 지명자의 정책적 선택이 개혁 총리로 적정했는지와 양극화 해소에 적절한 인물인지 철저히 검증하겠답니다. 한나라당과 너무 비교가 되죠?

그건 그렇고 한 지명자는 언젠가 "1979년 10월 26일 유신정권의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유신의 종말을 지켜봤다"고 한 적이 있지요. 그날 박근혜 대표는 어디에 계셨는지 궁금하네요. 사상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할 분들이 외려 사상검증의 주체가 되겠다고 나서다니, 엽기도 이런 엽기가 없지요.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4. 4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5. 5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