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태백산맥'

"보라! 우리 문학 여기까지 왔다!"

등록 2006.03.28 14:29수정 2006.03.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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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89년과 90년의 어디쯤이었을 겁니다. 제가 소설 '태백산맥'을 접했던 시기가 말입니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빠져 들었었지요. 밤을 '꼴딱꼴딱' 세웠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만큼 '태백산맥'은 제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1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한순간도 '태백산맥'이 주는 '감동'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한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했었지요. 기회가 되면 책을 사서 '가보'로 남겨 두려는 생각도 갖고 있었습니다.

a 소설 '태백산맥'

소설 '태백산맥' ⓒ 해냄

그러면서도 선뜻 손에 다시 이 책을 잡기가 두려웠던 것은 소설의 한 꼭지 한 꼭지 마다에 스며있는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집사람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꼭 다시 읽고는 싶으나 '함부로'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던 중, '태백산맥'과 '한강', '아리랑' 전부와 조정래 문학전집 4권까지 반값에 판매하는 기회가 눈에 띄었습니다.

집사람과 상의했더니 "전부터 사고 싶어 했으니 사라!"는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한꺼번에 사는 것이니 만큼 그 금액이 만만치는 않았습니다만 책이 주는 감동의 크기를 따져 본다면야 치러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차라리 즐거울 정도였습니다.(3개월 무이자로 했습니다.)


책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책을 샀으니 읽어야겠지요. 저는 '태백산맥'을, 집사람은 '한강'을 택했습니다. 이제 두려움을 버리고 과감하게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아껴둔 과자를 조금씩 조금씩 꺼내 먹는 아이의 심정으로 말입니다.

20여 년 전, 한 신문에 실렸던 소설 '태백산맥'의 광고문구를 똑똑히 기억합니다.


"보라! 우리 문학 여기까지 왔다!"

누군가 제게 감히, 여기에 덧붙여 한 마디를 더 보탤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겠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태백산맥'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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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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