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매화찾아 삼고초려

만개한 매화를 보기위해 세 번 찾은 매화마을

등록 2006.03.29 12:36수정 2006.03.29 12:37
0
원고료로 응원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매화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매화문일식
봄이 찾아오는 길목에 이르면 많은 사람들은 섬진강을 동경하고, 그리워하고, 찾아갑니다. 왜일까요? 가장 먼저 찾아오는 봄을 느끼고 싶어서일까요? 지난 겨우내 움츠렸던 해묵은 기운을 떨치고, 새로운 기분을 맛보기 위해서 일까요? 매년 3월이 되면 가장 먼저 남도의 봄소식을 알리는 매화는 대중매체를 통해 귀가 울리고 지칠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변함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회자되면서 그때부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섬진강으로 향하게 됩니다.

사진과 여행에 길이 들어버린 요즘 섬진강의 봄꽃 소식은 애가 타도록 기다렸습니다. 그저 텁텁하고 눅눅했던 겨울의 긴 시간과 시리고 시렸던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떨치고 녹일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만개한 매화를 보다..
드디어 만개한 매화를 보다..문일식
사실 매화는 올해가 처음이었습니다. 매번 인파에 치이는 꽃 축제를 싫어한 탓도 있었지만, 매화는 시기적으로도 이른 꽃인지라 타이밍을 많이 놓쳤던 탓도 있었습니다. 유난히도 꽃을 보고자하는 욕심이 많이 일었습니다. 답사로 한 번, 여행동호회에서 두 번을 다녀왔으니 매화와의 첫 만남에 질릴 법도 했습니다.

답사차 왔을 때는 아 이곳이 매화가 피는 곳이구나라며 매화나무만 한없이 보다왔고, 두 번째 왔을 때는 올해 유난히도 늦게 개화된 까닭에 절반정도 핀 매화에 아쉬움만 쌓였고, 세 번째로 찾아갔을 때는 그나마 만개하여 시각적인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마치 유비가 세 번이나 제갈공명을 찾아가 듯 삼고초려 끝에 매화의 모습을 본 듯 합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매화마을의 풍경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매화마을의 풍경문일식
세 번째 찾은 때는 매화축제가 끝나고 일주일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축제기간에 맞춰 온 많은 사람들은 매화의 만개를 보지 못하고 돌아간 터라 큰 실망을 했을 법 했습니다. 그야말로 매화-산수유-벚꽃으로 이어지는 꽃의 릴레이는 불순한 기후 때문에 산수유가 만개할 때가 되서야 비로소 매화가 활짝 피었으니 축제기간에 찾아온 사람들은 가슴 아픈 일이겠지만, 산수유를 보러 왔던 사람들은 때 아닌 횡재를 한 셈이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영화 '천년학' 세트장 풍경
전망대에서 바라본 영화 '천년학' 세트장 풍경문일식
매화축제장에는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이 매화를 즐기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매화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시선이 매화 사이로 어지러운 흔적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아닌 함박웃음이 가득했습니다. 활짝 핀 매화를 반기기에는 미소만으로는 약했던 모양입니다. 매화꽃과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 매화를 찍는 사진작가들, 매화 군락과 함께 펼쳐진 섬진강의 풍경을 그윽하게 시선을 던져두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은 제각기 매화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매실 아이스크림의 모습
매실 아이스크림의 모습문일식
매화축제장에는 별미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매화 아이스크림인데,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긴 하지만 매실 특유의 새콤한 맛과 부드러운 느낌이 절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날씨가 포근한 탓에 아이스크림을 맛보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그 인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섬진강,지리산과 어울어진 매화마을
섬진강,지리산과 어울어진 매화마을문일식
매화나무 사이로 난 길을 하늘하늘 걷다 보면 저 아래로 섬진강이 길게 누워있고, 그 너머로는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강과 산은 매화와 함께 한 폭의 멋진 산수화를 연상케 했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여유로움이 절로 느껴지는 풍경들이었습니다. 막 겨울잠을 깨어나 봄단장을 하는 듯한 산색과 푸르름이 더해가는 섬진강의 맑은 물길이 마치 시간이 멈춰선 듯 고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꼽고 한동안 바라다보았습니다. '너무 좋다'라는 말을 수없이 되새기면서.

하얀눈이 내린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천년학 세트장 입구
하얀눈이 내린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천년학 세트장 입구문일식
겨울이 온 것일까요? 하얀 눈으로 덮어버린 듯 하얗게 변해버린 매화밭의 풍경에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만개는 아니지만 매화나무와 주변을 하얗게 덮어버린 꽃의 무리 속으로 사람들의 발길은 잦아지고, 그들만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매화가 하얗게 흐드러진 이곳에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인 <천년학>을 찍기 위해 세트장을 만들었는데, 세트장으로 인해 더욱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 듯 합니다.

매화나무 아래서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
매화나무 아래서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문일식
매화가 퍼드러진 아래서 두 남여가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모습에 괜한 부러움이 들었습니다. 전도연과 황정민이 주연한 너는 내 운명이란 영화에서 꽃잎 흩날리던 매화밭에서의 장면이 너무나도 감미로웠듯이 이런 든든한 배경이 받쳐준다면 아름다운 사랑응 어찌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이곳은 혼자 와서는 안 될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섬진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어느 곳에서라도 눈부신 매화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오를 향해가는 시간과 함께 매화마을로 가는 차량, 매화마을을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긴 꼬리를 물고 있었습니다. 밀리는 차안에서도 뾰루퉁하거나 퉁명스러운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매화를 본다는, 아니 봐야한다는 사람들의 희망감 때문일 겁니다.

매화를 어루만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매화를 어루만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문일식
'봄'과 '꽃'이라는 두 단어가 사람들에게 주는 평온과 설레임은 그만큼 큰 가 봅니다. 도로위에 움직이지 않는 차 속에서 답답했던지 두 꼬마가 밭에 핀 매화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참으로 정겨운 풍경입니다. 차가 조금씩 움직일 기미를 보이자 두 꼬마들은 또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하나의 축제로 자리매김한 매화축제장은 밀려드는 인파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밀려드는 인파에 매화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지요? 이쁘다고 어루만지고, 갖고 싶다고 꺾고..., 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는 와중에 6월이면 또 다른 결실을 보게 되겠지요.

매화마을을 떠나며 담아본 마지막 매화
매화마을을 떠나며 담아본 마지막 매화문일식
올해 그저 매화를 보기위해 세 번이나 내려와야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세 번에 걸쳐서 매화가 피어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저 봄을 대변하는 꽃으로서 지켜봤고, 눈으로 렌즈로 욕심껏 담아낼 수 있었던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바람에 흩날려 마치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매화를 보기위해 또 다시 내려간다면 그건 지나친 욕심일까요?

덧붙이는 글 | ※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