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펄찍 뛰고 있다. 시중에 돌고 있는 김재록씨 수사배경에 대해 검찰은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이 밝힌 경위는 이렇다. 국가청렴위원회가 지난해 10월에 이첩한 전·현직 의원 두 명의 비리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김재록씨의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나서게 됐으며, 청와대는 이 사실을 지난 26일 현대기아차 압수수색 이후에야 알았다는 것이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정석 코스를 밟아왔으며 시중의 '설'은 억측이라는 얘기가 된다. 정말 그럴까?
답은 내릴 수 없다. 검찰의 설명을 반박할 근거도 충분치 않고 역으로 검찰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주워섬기기엔 찜찜한 구석도 있다. 현재로선 크게 갈라 상황 이해를 돕는 길 외에는 없다.
검찰이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때로 돌아가자. 당시 검찰은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수사에 들어가 지난 1월 김씨를 체포해 수사에 나섰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풀어줬으며, 그 뒤 현대기아차 전 임원의 제보로 김씨를 옭아맬 단서를 잡게 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설명은 어제 추가된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제의 설명에서 새롭게 나온 사실이 있다. 검찰은 김씨를 풀어준 뒤 그의 동향을 24시간 감시했다고 했다.
자신감 넘치는 정보 어디서 확보했을까?
왜 그랬을까? 검찰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자.
지난해 10월 국가청렴위에 전·현직 국회의원 두 명의 비리를 제보한 사람은 정영호 스칼라투스 투자평가원 대표라고 한다. 검찰이 전·현직 의원 두 명의 비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도 김씨에 대해서는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도 바로 정 대표 때문. 정 대표가 검찰에서 "신동아화재 인수와 관련해 김씨에게 1억5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진술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도 기재된 내용으로,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한 계기임에 틀림없다. 검찰도 그렇게 설명했다.
국가청렴위에서 사건을 이첩 받은 후 김씨 범죄 혐의를 포착했고, 1월 체포를 한 뒤 '단발 수사에 그치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동향 감시를 해서 현대기아차 관련 등 추가 혐의를 확인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달리 볼 수도 있다. 1억5천만원 뇌물수수는 단순 경제사건이다. 더구나 진술만 확보했을 뿐 증거를 잡지 못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무슨 근거로 '단발 사건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김씨의 동향까지 감시했을까? '산출'에 비해 '투입'이 너무 많은 사건인데 왜 그렇게 공을 들였을까?
또 있다. 검찰이 김씨의 추가 혐의를 포착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기아차 전 임원의 내부 제보, 또 하나는 동향 감시다.
내부 제보는 현대기아차 비리 단서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럼 동향 감시는 어땠을까? 동향을 감시한다고 해서 상당부분 과거완료형이 된 '컨설팅 싹쓸이'나 정관계 고위인사 연루 의혹을 잡을 수 있었을까? 동향을 감시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김씨의 교우관계 정도다.
단지 이 정도의 정보만 갖고 "현대기아차 수사는 지류일 뿐 수사 중심은 김씨"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이런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어떤 경로로 확보했을까?
가능성을 짚지 않을 수 없다. 국가청렴위가 사건을 이첩하기 전, 또는 김씨를 풀어준 1월 이전에 김씨의 행적을 상당 부분 포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이런 가능성은 검찰이 애초부터 김씨를 표적으로 삼고 있었다는 추론을 낳는다.
검찰은 왜 김씨를 표적으로 삼았을까?
이 지점에 오면 질문은 하나로 모아진다. 검찰은 왜 김씨를 표적으로 삼았을까? 수사 중심이 김씨이고, 수사 본류가 정관계 고위인사라면 왜 특정 시점에 '전략적 판단'(서울신문)을 하게 된 걸까?
시중에 떠도는 '설'이 현미경을 들이대는 지점도 바로 이곳이다. 진실은 알 수 없다. 최종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순리일 듯하다.
다만 한 가지 점만 환기하고 넘어가자. 검찰은 수사 대상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에 걸쳐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씨가 두 정부를 관통하며 컨설팅과 알선을 해왔기 때문에 연루자도 두 정부에 걸쳐있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이 말을 검찰이 수사 본류로 삼는 정관계 고위인사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검찰이 애지중지 공을 들이는 모습으로 보건대 '죽은 권력'을 염두에 두고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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