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줄곧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을 해 왔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차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정책을 만들고 강화하고 보완하는 노력을 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하여 이처럼 자주 강도높은 대책을 발표한 정부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효과가 별무신통이다. 부동산 정책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부동산 가격상승의 근원적 원인
모든 재화와 용역은 희소성을 가지는 경우에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아무리 절박하게 필요한 것이라도 희소성이 없고 무한히 존재하는 것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공기가 없으면 인간은 바로 죽을 수밖에 없지만 자연상태에서 무한히 존재하여 희소성이 없기 때문에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물론 특수한 목적으로 응축한 산소는 산업용이나 응급환자용으로 시장과 가격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응축한 산소와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호흡을 위한 공기는 전혀 다른 것이다.
반대로 부동산은 공급을 증가시키기 어려운 매우 유한한 재화이다. 특히 사람이 거주할 집은 공급에 한계가 더욱 심하다. 국토가 좁은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희소성이 매우 높다. 특별히 수도권의 그것은 더욱 희소성이 높으며, 그 중에서도 강남의 아파트는 더욱 희소성이 높다. 대한민국 부동산의 핵심상품은 강남의 아파트인 것이다. 수요는 엄청나게 많은 반면 공급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강남의 아파트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은 바로 한정된 공급과 폭발적인 수요증가 때문이다. 8학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좋은 직장이 강남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생활에 편리한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분명해 보인다. 도로나 주차시설 등 기반시설도 가장 훌륭하다. 이런 것들은 강남의 아파트값이 오르는 정상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리는 그런 것을 거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하다. 그것은 바로 강남의 아파트는 가장 많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이다. 즉 투기적 수요가 작용하기 때문에 점점 두드러진 가격상승에 상승효과를 더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계층 간 소득의 격차가 극심해 지면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욕구가 점점 높아지는 현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소득에 따른 욕구수준의 향상과 투기적 기대심리가 작용하여 비정상적인 수준의 상승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축약하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매우 제한적으로밖에 늘릴 수 없다는 재화의 근원적인 특성에 기인하고 있다. 즉 희소성이 너무 높은 재화이기 때문에 정책으로 그것에 제동을 걸기도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정책의 부작용
지금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정부의 정책이 만들어낸 부작용 때문에 발생한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동적으로 강압된 신자유주의와 그것으로 인한 각종의 양극화가 고소득층의 과잉유동성을 만들었고, 구조조정의 여파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운 탓에 부동산투기가 성행하게 되었다. 수요라는 것이 갖고 싶은 욕구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수반되어야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소득층의 과잉유동성은 수요를 폭발시키는 원인이다.
또 국민의 정부시절에 외환위기를 서둘러 극복하려는 과잉욕심과 정치논리가 결부되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헤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였다. 건설경기의 진작을 통하여 소비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증대시키는 것은 초단기적인 대응책으로 후에 엄청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채권입찰제를 폐지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였으며, 정부발주 공사를 늘리고, 분양권의 전매까지 허용하는 강도높은 단기부양을 실시한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경제를 망치는 정책이었다. 당시 정부가 연일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정책을 내놓고 효과의 측정도 이루어지기 전에 또 강도를 높이는 등의 정책을 실시한 것은 두고두고 부작용을 막을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다. 심지어 그것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도 어려운 것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쏟아낸 부양정책의 결과가 참여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이미 폭발적인 부동산 가격폭등을 예고하고 있었던 셈이다.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지상과제였던 상황과 경기침체로 인하여 서민들의 고통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결코 사용해서는 안될 마약처방을 남발한 것이다.
그것의 후유증은 결국 투기적 부동산 집착증을 낳고 말았다. 그나마 잠재되어 있던 부동산 투기병을 최대한 발현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지지율을 높이고 정권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적지않게 개입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해법은 무엇인가?
특정한 재화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다. 공급을 늘리는 방법,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 대체재를 공급하는 방법 등 다방면으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의 경우 공급을 늘리는 것은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오히려 수요를 충족할 수준의 공급이 아니라면 차라리 공급을 안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지금 아파트를 공급하는 지역에서 주변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은 공급증대가 역효과로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수요를 억제하는 주요한 수단은 가격을 올리는 것인데, 부동산의 경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수요의 억제책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의 수요억제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가장 주요한 수단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별무신통인 것이다. 가격을 제외한 다른 부수적인 것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체재를 공급하는 것도 가격을 억제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핵심상품인 강남의 아파트를 대체할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를 공급하면 주거수단이라는 주택의 특성상 강남을 선호하는 수요자가 대체재를 선택할 가능성도 낮고, 오히려 신도시 수요를 자극하여 값을 올리는 작용을 하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이 어려운 것은 근본적인 특성이다.
소득이 생기고 가계의 유동성이 늘어나면 주택에 대한 욕구도 점점 고급화할 것이다.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구매능력이 있는 모든 가구가 강남의 아파트를 한 채씩 보유할 때까지 강남의 집값은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집을 강남에 지을 방법은 전혀 없다. 따라서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억제하고, 대체재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근원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급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고, 수요억제를 위한 정부의 대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때 투기적 이익을 환수하는 노력은 부수적인 차원에서 상당히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근원적인 처방은 무엇인가? 농촌에서 지방도시로, 지방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강남으로 점점 높아져 가는 선호도를 분산하는 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토균형발전의 전략은 매우 중요한 근본대책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의 건설과 공기업의 지방이전, 행정기관의 지방분산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효율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지금 같은 통신인프라 세계최강의 대한민국에서는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집값이 싼 다른 곳이 교육, 행정, 기반시설, 편의시설 등에서 모두 비슷하다면 사람들이 굳이 강남을 고집할 이유도 없고, 핵심지역의 집값 안정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정착될 것이다.
또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여 토지가 사적인 이윤 동기에 사용되는 일을 차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왕조가 망할 때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대토지 사유화이다. 유한한 토지를 일부 특권층이 과점하는 경우는 나라의 존립이 불가능해진 사례가 너무도 많았다. 대토지의 사유화가 심한 나라들은 반드시 망했던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가능한 범위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토지를 소유하고 국민은 그것을 빌려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통제가 되어야 할 일이다.
건설사들에게 특혜로 부여되던 아파트 선분양제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옳다. 자본주의를 채택하는 나라에서 만들지도 않은 제품을 선불받고 파는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위배된다. 품질이 균일하지도 않고, 희소성이 너무 높아서 수요자가 경쟁하는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돈 받고 파는 행위를 정부가 승인하는 것은 건설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특혜일 뿐이다. 분양원가의 공개가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선분양 제도야말로 매우 심각하게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제도인 것이다.
분양권의 전매는 반드시 전면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후분양제를 채택하면 분양권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이지만 지금이라도 분양권은 어떤 주택을 막론하고 전매를 금지하는 것이 옳다. 부동산을 등기도 하기 전에 되파는 행위를 법으로 합법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공기업이 임대주택이나 저가의 분양주택을 공급하는데 더욱 역할을 확대하여야 한다. 단, 공기업은 설립목적에 맞도록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것이 옳다. 토지개발공사나 주택공사가 공익을 창출하면 되는 일이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택지공급하면서 대규모 이윤을 내고, 아파트를 지어서 팔아 대규모 이익을 내고 하려면 차라리 그런 공기업은 해체하고 민간에 모두 맡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이 미진해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공급대책과 수요억제를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단기적 수단은 모두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 장기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때이다. 잡으려고 쫓아다녀도 일부 억제의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 근원적인 대책을 지금 시작할 때이다. 기득권 세력과의 지난한 싸움의 과정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기대할 수 없는 꿈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서프라이즈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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