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9천억 벌고도 무배당...'론스타의 힘'

외환은행 주총서 최종 통과... 화난 소액주주 "론스타 배불리기"

등록 2006.03.29 18:36수정 2006.03.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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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외환은행 주주총회가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 소액주주가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은 것과 론스타가 은행을 매각하면서 4조 5천억원의 이익을 챙긴다며 주총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외환은행 주주총회가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 소액주주가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은 것과 론스타가 은행을 매각하면서 4조 5천억원의 이익을 챙긴다며 주총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주주총회장앞에서 노조원들이 론스타를 규탄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주총회장앞에서 노조원들이 론스타를 규탄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대 주주 론스타를 제외한 외환은행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29일 열린 3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외환은행 주주들은 작년 1조9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7년째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외환은행의 몸값을 올려 론스타의 지분매각을 돕기 위한 결정이라고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지난 7일 주주에 대한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번 정기 주총에 안건으로 올렸다.

이사회의 무배당 결정은 론스타 눈치 보기

a 주주들이 굳은 표정으로 은행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주주들이 굳은 표정으로 은행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외환은행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대리인 김정준 이사는 "작년 당기 순이익으로 그동안의 누적 결손금을 보전하고 나도 9500억원 가량의 배당 가능 이익이 남는다"며 "그럼에도 회사가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사내 적립금을 늘려 국민은행과의 거래에서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배당을 하게 될 경우 론스타 측은 배당 소득세를 내야하는데다 그만큼 사내에 적립할 수 있는 이익 잉여금이 줄어들게 된다"며 "이사회는 외환은행의 건전성 구축이라는 미명하에 이익잉여금의 배당 대신 사내 적립을 선택했지만 이는 매각차익을 극대화하려는 론스타의 의도에 따라 춤을 춘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외환은행보다 못한 실적을 낸 은행들도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며 "시중은행들과 같이 10% 정도의 배당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소액주주 정동호씨도 "그동안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50% 감자라는 아픔도 견뎌 왔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팔아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소액주주들에게는 7년째 배당 한푼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행 대리인으로 참석한 이창기 부국장도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국내 최고 수준이고 작년 당기 순익 1조9000억에 이어 올해도 1조원의 이익이 예상되는데도 9000억원이 넘는 돈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며 "그런데도 배당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배당 이후 주당 순자산가치가 떨어져 매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주주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주총 의장을 맡은 로버트팰런 이사회 의장은 '10% 배당안'을 수정결의안으로 받아들여 표결에 붙였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결국 부결됐다. 최대 주주인 론스타 측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지분율이 총 주식의 50.53%에 달한 결과였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 대주주 위세에 막혔다

a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을 대리해 참석한 김주영 변호사가 질의를 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을 대리해 참석한 김주영 변호사가 질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에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을 대리해 참석한 김주영 변호사가 "상법에 따르면 안건에 대해 특별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론스타 측은 이미 국민은행 측과 매각에 양해각서를 맺었고 배당을 하게 되면 매각 가격이 내려가고 배당소득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론스타의 의결권을 제한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배당을 하지 않기로한 원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 됐다. 소액주주들의 계속됐던 문제제기는 대주주의 위세 앞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한편 이날 주총장 앞에서는 외환은행 노조원 150여명이 침묵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감독당국의 비호 하에 이뤄지는 론스타와 국민은행간 지분매각 움직임은 론스타의 금의환향을 위한 비호세력의 최후 몸짓"이라며 "오직 론스타만 승자가 될 뿐 다른 모든 주체들에게는 불이익을 강요하는 지금의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 대리인 김주영 변호사는 "지분 매각이 주주의 권리라고 해서 경영진이 외환은행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사내 유보금을 이용해 론스타 지분을 유상으로 소각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팰런 의장은 "현재 최선의 길은 훌륭한 실적을 바탕으로 외환은행이 국민은행과의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고 합병 후 더 강한 은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외환은행 경영진은 (향후 매각 협상 과정에서) 직원과 고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a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은행 매각에 항의하며 주주총회장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는 노조원들앞을 지나고 있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은행 매각에 항의하며 주주총회장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는 노조원들앞을 지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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