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그네는…' 스틸 컷최삼경
누군가 길 위에 있는 사람을 무어라 부르는가? 하는 난센스 퀴즈를 낸 적이 있다. 나는 고민 고민하다가 '행인行人'이란 답을 내었으나 답은 도인道人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는 도인 혹은 도사와 다름없다.
나그네가 길에서 맞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람, 만남, 죽음, 분단, 실향, 오구굿…. 문단에서는 누구도 이 소설을 제대로 비평해내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인간에게 놓인 길의 무상함이나 목적지 모름 때문은 아니었을까? 20여 년 전, 홍천~양양 간 도로는 그야말로 굽이굽이, 구절양장의 '강원도 길'이었다. 그 길이 이제 4차선 도로로 윤곽을 드러내며, 새 길로 단장되고 있었으니 이것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길이겠다.
이 작품은 동명의 제목으로 이장호 감독, 이보희·김명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잔잔한 감동을 주었는데 아마 '길'에 관한 최고의 영화로는 1954년에 발표된 페데리코 펠리니의 작품이 아닐까 한다. 잠파노(안소니 퀸),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라는 작중 인물들은 인류의 냉혹과 광기라는 공통된 삶의 단면과 슬픔을 보여줌으로써 흥행과 예술성 면에서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