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한다면 등록금 동결, 문제 없어요"

[동행취재] 새내기와 함께한 제 1차 전국대학생 행동의 날

등록 2006.04.01 21:07수정 2006.04.0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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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목) 광화문 일대는 제1차 전국대학생 행동의 날을 맞이해 등록금 동결을 희망하는 서울·경인지역의 많은 대학생들로 붐볐다. 등록금 동결, 교육재정 확보, 교육시장화 정책 철회를 외치는 수많은 대학생들은 이날 교육부 항의방문과 3천 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대학생 총회와 촛불 문화제를 했다. 그 가운데 새내기인 김유라(홍익대 06) 학우를 만나 제 1차 전국대학생 행동의 날을 함께해 보았다.

'바꿔야 하겠다' 새내기의 당당한 모습

a 교육부 앞에서 처음 만난 김유라 학우. '등록금 동결'이란 구호가 새겨진 망토를 둘러 맨 그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겨주었다.

교육부 앞에서 처음 만난 김유라 학우. '등록금 동결'이란 구호가 새겨진 망토를 둘러 맨 그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겨주었다. ⓒ 전대기련

교육부 앞에서 처음 만난 김유라 학우. '등록금 동결'이란 구호가 새겨진 망토를 둘러 맨 그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겨주었다. 마냥 앳되게만 보이는 얼굴의 김유라 학우. 추운 날씨를 무색케 하는 환한 웃음으로 교육부 앞을 지키게 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처음에 선배들이 이 행사에 '가자'고 했었는데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요. 하지만 학내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이 문제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구나.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어요. 많은 사람이 한 목소리를 내면 더 확실하게 의사 전달이 되지 않을까요?"

고등학생 티를 이제 막 벗기 시작한 새내기의 교육문제를 향한 당찬 발언에서 소위 말하는 '대학생은 개인주의적'이라는 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등록금 문제, 남의 일이 아니에요"

교육부 앞에서는 서울과 경인지역의 대학생들이 모여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문제를 비롯해 교육개방 문제 등을 교육부에 항의했다. 학생보다 더 많아 보이는 경찰 때문에 당황했다는 그녀는 "등록금 문제는 학생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로 외쳐야하는 문제지만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남의 일도 아니고 바로 자신의 일인데, 심각성을 빨리 깨닫고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어요"라며 학생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그녀는 9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살다가 대학을 다니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등록금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한지 몰랐다고 한다. 작년에 언니가 대학을 가게 돼 등록금 문제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녀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고등학교 졸업도 힘들어요. 대학 가는 일도 소위 말하자면 잘사는 집안이 가는 것이라고 인식돼 있기 때문에 아예 등록금 문제는 생각지도 못했어요"라며 "올 해는 저와 언니가 대학을 둘 다 다니기 때문에 부모님이 많이 힘들어 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야기 중간 중간마다 구호를 외치고, 친구들과 행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a 매서운 꽃샘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음의 패기'를 한껏 뽐내는 김유라 학우

매서운 꽃샘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음의 패기'를 한껏 뽐내는 김유라 학우 ⓒ 전대기련

매서운 바람에도 대학생들의 패기는 대단했다


추위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했던가. 당당한 그녀도 이어지는 기자의 질문이 매서운 꽃샘추위에 멀게만 들린다고 한다. 칼바람이 부는 거리의 바닥에 앉아 있기란 쉽지 않은 일. 자상한 한 선배가 그녀에게 군대에서 '깔깔이'라고 불리는 옷을 주었다. 처음 보는 '깔깔이'의 이상한 생김새에 당황했지만, 이내 옷깃을 여민다.

교육부 앞에서 항의 방문을 끝내고 청계천 사거리에서는 더 많은 대학생들이 집결했다. 청계천 사거리에서 대학생 총회 및 촛불 문화제를 진행하는 내내 많은 사람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따뜻한 커피도 마셔보지만 추위는 물러날 줄 몰랐다.

하지만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등록금 문제, 교육 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하나된 목소리와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각 계 대표와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이 발언을 하거나, 문예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한 자리에 모인 대학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틀린 것을 바로 잡고, 정의를 외칠 줄 아는 '진짜 젊음'의 패기가 청계광장을 매우고 있었다.

'개나리 투쟁'이 아닌 지속적인 투쟁으로

a 대학생 총회에서 김유라 학우 역시 당당히 비표를 들었다.

대학생 총회에서 김유라 학우 역시 당당히 비표를 들었다. ⓒ 전대기련

추위에 떨던 그녀는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민중가요를 들으며 몸을 들썩였다.

"민중가요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가사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학과 MT가서도 민중가요에 맞춰 몸짓도 배웠는데 재미있었어요."

그러나 행사 진행 내내 즐거워하던 그녀의 얼굴이 자못 심각해졌다. 이런 현장에서는 등록금 문제를 제일 큰 화두로 두고, 학생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며 외치고 있지만 정작 학교에 돌아가면 그 열기를 쉽게 볼 수 없다는 것.

"현재 뉴스에서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등록금 문제와 교육 문제에 관해 30초 나올 것이 20초로 줄어들고 있어요. 이 문제가 3, 4월 연중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졌으면 해요."

김유라 학우는 추위 속에서도 휴대전화로 현장 사진도 찍고, 발언 내용도 열심히 들으며 넓은 청계광장의 한켠을 당당히 밝히고 있었다.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기에 포기 안 해"

a 노수석 열사 10주기 추모. 노수석 열사가 '교육재정 확충'을 외치며 산화해 간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국대학교육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노수석 열사 10주기 추모. 노수석 열사가 '교육재정 확충'을 외치며 산화해 간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국대학교육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 전대기련

경희대 입학식 때 선보인 등록금 퍼포먼스, 조선대 10원으로 등록금 내기, 이화여대 등록금 띠잇기 등 등록금 인상에 항의를 하는 그동안의 활동 영상을 보면서 그녀는 희망적인 미래가 보인다며 기뻐했다.

그녀는 "전에 우리 학교 선배들이 총장실 앞에서 시위하고, 단식하고, 삭발도 해 등록금을 돌려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때보다 지금은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니까 등록금 동결과 교육재정 확보, 교육시장화 정책 철회가 다 될 것이라 생각해요"라며 밝은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녀는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새내기인 제가 총학생회도 아니고 총학생회장도 아니기 때문에 주도는 못하겠지만, 행사에는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에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왜 대학생들이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하고요. 저 또한 등록금과 교육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공부를 열심히 할 것 입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등록금을 낸 만큼 교육의 질이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과 같이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 등록금을 인하했으면 해요. 그리고 앞으로의 교육대투쟁에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300만의 대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부에 요구한다면 정부도 들어주지 않겠어요?"라고 웃으며 말을 끝냈다.

자신이 1학년인 지금 등록금 동결을 외칠 수 있어 기쁘다는 김유라 학우. 그녀와 함께, 3천명의 대학생들과 함께한 3.30 제 1차 전국대학생 행동의 날은 3백만의 대학생들이 다 같이 모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인 자리였다.

같은 날 교육부는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등록금 동결, 교육재정 확보, 교육시장화 정책 철회'를 위한 젊음의 함성은 더욱 높아질 기세다. 진정한 지성인으로의 첫 발을 당당히 내딛은 새내기들의 모습에서 4월 말 '2차 전국대학생 행동의 날'에는 더 많은 젊음의 함성이 들려올 것을 예감한다.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공동기사
한경대신문사 김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중의 소리와 유뉴스에 실렸으며,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홈페이지(unip.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중의 소리와 유뉴스에 실렸으며,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홈페이지(unip.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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