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민음사
책의 이름은 굉장히 많이 접해봤는데, 이제야 읽은,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행스러웠던 책이었다. 좀 더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재미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압축하자면, '베넷씨 다섯 딸들의 결혼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즉, 베넷씨의 큰 딸인 제인과 둘째딸인 엘리자베스가 주축이 되어 그녀들의 동생들, 그리고 부모들,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큰 딸 제인은 굉장히 예쁘고 마음씨도 착해서 마을로 온 부유한 남자인 빙리씨의 눈에 들게 된다. 제인도 빙리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신분 차이 때문에 둘의 결혼을 반대한 빙리씨의 친구인 다르시와 동생인 빙리양에 의해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다.
한편, 엘리자베스는 언니인 제인보다 좀 더 파란만장한 상대들과의 만남을 한다. 첫 번째로 그녀는 먼 친척뻘이자 그녀의 아버지가 죽을 경우 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콜린스에게서 청혼을 받는다. 하지만 콜린스에 대해 호감이 전혀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 후, 그녀는 마을에 주둔하고 있던 군인인 위컴과 만나게 되지만, 위컴은 돈 많은 여자 때문에 그녀를 버리게 된다.
그러던 중, 그동안 그녀를 무시하던 다르시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고백하게 되고, 그를 오만하다고 생각해왔고, 그가 언니인 제인과 빙리의 사이를 갈라놨으며, 위컴이 그녀에게 한 다르시에 대한 험담을 믿었기에 그녀는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하지만 그녀의 거절에 다르시의 사랑은 식지 않고 도리어 장문의 편지를 써서 그녀의 오해를 풀어주고, 그녀는 후에 여행을 하던 중 그의 영토에 구경을 갔다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 같은 이 상황은 막내딸인 리디아가 위컴과 함께 도망을 가며 발칵 뒤집히게 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은근히 엘리자베스를 위해서 리디아 문제의 해결을 도왔던 다르시. 결국 마지막에는 제인과 빙리가 약혼하게 되고, 엘리자베스와 다르시가 약혼을 하며 결국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베넷가의 사람들의 성격은 다양하다. 베넷씨는 가장이긴 하지만 그렇게 엄한 성격은 아니고, 딸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려는 모습을 보인다. 베넷 부인은 주책 맞고, 수다스러우며, 딸들을 좋은 곳에 시집보내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있으며 딸들이 좋은 남편감을 만나게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유일한 삶의 희망같이 보이는 어떻게 보면 천박스럽게도 보이는 여자이다.
맏딸 제인은 얌전하고, 다른 사람을 미워할 줄 모르는 천사와 같이 착한 성품을 가졌으며, 그에 걸 맞는 아름다움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제인은 고전적, 순종적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인물이다. 그에 반해 둘째딸 엘리자베스는 쾌활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 줄 아는 당당한 여자라 되려 현대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들었다. 둘의 성격이 딴판인 두 자매와는 달리 셋째 딸부터 막내딸까지 세 딸은 유흥을 즐기고, 멋진 장교들의 뒤를 쫓아다니길 좋아하는 좀 모자라 보이기까지 하는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한편, 두 딸의 상대였던 빙리는 착한 성품에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예의가 바른 남자라 주위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 그의 절친한 친구인 다르시는 차갑고 냉정하고 오만한 성격을 가진 돈만 많은 사람이라고 여겨져 비호감적인 인물로 등장한다(물론 그의 본래 사람됨은 자상한 사람이었음이 후에 드러나게 되지만). 다르시와 원수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위컴은 보기에는 빙리씨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가지고 있는 빚도 엄청났고, 그 때문에 여자를 돈으로 만나려는 속성을 가진 남자였음이 후에 드러난다. 이와 같은 인물들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입체적인 성격을 가지고 이 책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어서 등장인물들의 실제모습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들에 대해서, 혹은 각각의 관계에 대해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이 주는 위압감에 눌려서 그동안 읽기를 꺼려왔는데, 정작 책을 읽으면서는 굉장히 재미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며 과연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져 왔었는가에 대해 생각하며 나아가 그들의 본래 모습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 200년 전에 씌어진 이 책이 아직까지도 재미있다는 사실에 역시 고전은 고전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더불어, 그 때나 지금이나 상류층과 중류층의 결혼생활을 순탄치만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민음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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