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말하고 사랑으로 듣고 삽니다

두 자녀와 행복한 가정 꾸미는 농아부부 김원석·박언희씨

등록 2006.04.03 15:19수정 2006.04.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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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원석·박언희부부는 장애를 극복하고 2자녀와 함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있다.

김원석·박언희부부는 장애를 극복하고 2자녀와 함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있다. ⓒ 정종인

'사랑은 동사며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농아부부인 김원석(39)·박언희씨(32)는 사랑을 먹고사는 아름다운 부부다. 지난 29일 중화요리집 길림성에서도 서로에게 탕수육을 떠주며 변치 않는 애정을 확인했다. 장애인수당으로 살아갈 정도로 넉넉지 못한 형편이지만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반드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도움을 주겠노라고 다짐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이겨내고 꿋꿋한 가정을 일군 농아부부의 아름다운 세상이야기를 담아본다.

행복한 가정을 일구고 있는 농아부부인 김원석·박언희씨에게는 두 자녀가 있다. 큰딸은 올해 열 살로 신학기에 반 회장이 되는 영광을 누리며 이들 부부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김원석씨의 자랑거리인 일곱살배기 아들 녀석도 장래희망이 '대통령'이라고 자랑할 만큼 값진 보물이다.

엄마 아빠가 언어장애를 겪는 장애우지만 아들과 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a 농아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농아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 정종인

영·호남 화합 일군 농아부부


이들 부부는 영·호남 화합의 표본이다. 손재주가 뛰어나 목수일을 하는 김원석씨는 정읍 고부가 고향이고 부인 박언희씨는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에서 태어났다. 신혼 초부터 주변에서는 '찰떡궁합'이라고 했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보인다.

남편인 김원석씨는 목수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배운 솜씨가 직업이 됐지만 장애우라는 편견 때문인지 일은 많지 않다. 정상인들이 주는 편견과 멸시가 솔직히 가장 쓰라린 아픔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사회구성원들의 오만함에 상처받기보다는 훌륭히 자라주는 자녀들을 바라보며 상처받은 가슴을 서로 위로하며 산다. 아이들 뒷바라지는 부인 박언희씨의 자상하고 세심한 성격 때문에 거의 완벽에 가깝다.

하늘이 맺어준 부부의 인연

10여 년 전 고교를 졸업한 김원석씨는 '풍운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갔다. 청각 언어 장애우인 김씨가 겪어야 했던 아픔 기억들은 한 권의 소설책으로 발간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처음으로 부모형제를 떠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청각, 언어 장애자이기에 건청인(건강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 사회에서 그들과 하나가 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기에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앙생활에 매진하던 그는 밀알선교단의 그룹 홈에서 수화를 익혀 대화하는 폭을 넓혀갔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김씨는 밤을 지새는 노력 끝에 다른 동료들보다 짧은 시간 내에 완벽한 수화를 구사할 수 있었다. 김씨의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건청인들에게 그들만의 언어인 수화로 대화하는 법을 가르치며 선교를 위해 각 지역을 수화찬양으로 순회하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에 젖어 사는 김씨의 모습에 반한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었다. 그가 바로 그의 반쪽이 된 경북 경주 출신 박언희씨다.

행복한 재단이 마련한 농아협회 정읍지부 관계자들과의 만찬자리에서도 박씨는 "자신이 먼저 프로포즈 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a 후원금을 전달한 길림성 윤한강부부와 함께. 윤사장은 이들부부와 농아협회 관계자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제공했다.

후원금을 전달한 길림성 윤한강부부와 함께. 윤사장은 이들부부와 농아협회 관계자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제공했다. ⓒ 정종인

효자·효부로 소문난 잉꼬부부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거주하는 정읍시 수성동 부영아파트에서도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예쁜 딸 유진(10)이와 잘 생긴 아들 현진(7)이는 모두 건강한 신체조건을 갖고 있어 천만다행이었다고 이들 부부는 고백한다.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는 큰딸 유진이는 며칠 전 반회장 임명장을 들고 으시대며(?) '피자와 통닭'을 요구하는 새침떼기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소중한 '도우미'다. 유진이는 청각,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부모님의 전용 수화통역사가 되기 위해 어린 나이지만 남다른 열정을 보인 '심청이를 능가하는 효녀'다.

두 자녀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끌고 있는 이들 부부에게 청각, 언어장애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단지 정상인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무지만 없다면...

정읍 수성동 부영아파트에 위치한 보금자리에서 '알콩 달콩' 행복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어가는 이들 부부에게 미래의 소망이 있다.

"사람들 앞에 내세우기가 부끄러워 알릴 수는 없지만 저희 부부 가슴 속에는 저 같은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요람을 만들고 싶어요."

전라북도 농아인협회 정읍시지부 문훈휘 수화 통역사를 사이에 두고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원석씨가 어렵게 밝힌 그의 꿈이자 소망이다.

이들 부부는 "저희 가정에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행복한재단 관계자 분들에게 너무 감사 드린다"며 "베풀어주신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행복하세요, 유진이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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