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 극적이고, 교과서보다 교훈적인 역사미스터리

[서평] 이덕일의 <조선 왕 독살사건> 을 읽고나서

등록 2006.04.03 20:15수정 2006.04.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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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조선 왕 독살사건다산초당
죽음이라는 것은 그 대상이 누구냐를 불문하고 주위 사람을 안타깝게 한다.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나도 아쉬움이 남겠지만, 하물며 제 명을 못 누리고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 그것도 한 나라를 지배하는 왕이 의문스럽게 갑자기 비명횡사한다면 어떨까? 이 책에는 그렇게 의문을 남긴 채 죽어간 조선의 왕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는 국사 과목을 통해 배운다. 그 국사라는 과목은 왕의 업적을 열거하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왕에 대해서 고찰하지 않는다. 국사 교과서 안에서는 그저 왕이 죽으면 새로운 왕이 즉위하는 모습만 그려진다.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왕이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역사를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어디선가 조선 시대의 왕들이 영양분은 많이 섭취했지만 운동을 하지 않아 성인병에 걸려 죽은 경우가 많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이 초래한 죽음도 있지만,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을 미처 다 끝내지 못하고 죽은 왕들도 많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국제정세를 익히고 돌아왔으나 아버지의 의심을 사 죽게 된 소현세자, 북벌론을 펼쳤던 효종이나 당쟁 속에서 개혁을 하려고 했던 정조와 같은 임금이 바로 그 예다.

이 책 표지에는 조선시대 왕들 4명 중 1명은 독살설에 휩싸였다고 써있다. 왜 유독 조선시대에 독살설이 많이 불거져나왔는지는 책의 제일 뒷 부분에 따로 설명해놓았다.

간략히 말하자면 특정 정당이 특정 임금과 정치적 갈등이 극대화되었을 경우 임금을 갈아치우는 것을 해결책으로 선택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 그리고 임금이 절대적인 충성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한 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상대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책을 읽다보면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은 자신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고, 임금은 단지 사대부보다 한 등급 위에 있는 사대부일 뿐이라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흔히 조선을 절대 군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는데 이와는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왕이 전지 한 장을 쓰기 위해서 신하를 어르고 달래는 모습은 내 편견을 여지없이 부수어주기까지 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확실히 임진왜란 이후로 변질했고 이미 망한 나라라고 볼 수도 있다. 임금과 협력하여 나라를 잘 다스려가기보다는 당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패거리문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성리학이라는 이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폐쇄된 학문으로 변질된다.

다른 학문은 그 학문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해도 배척한다. 성리학 명분을 관철하면서 왕에게 죽음을 선사한 사대부들. 이 책은 그들을 다시금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오직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자신과 다른 이념이나 사람들을 배척하는 모습. 그렇게 조선은 죽어갔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왕의 죽음만을 단순하게 다룬 것이 아니라 대윤과 소윤, 예송논쟁 등의 굵직한 역사 사건을 쉽게 풀어가고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서인과 남인, 노론과 소론의 오랜 힘겨루기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고, 한 나라의 왕이었기 때문에 갖가지 음모에 시달린 왕들의 모습에서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만약 그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더라면, 조선과 현재의 대한민국은 좀더 긍정적인 모습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다산초당(다산북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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