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소리를 내는 직박구리하호-이병우
습지지구 관찰로위를 걷다가 뒤쪽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부모님과 공원을 찾은 아이는 습지위에 손을 내저어 무언가를 잡으려고 했다. 가만히 아이의 행동을 들여다보니 손에 작은 물병이 쥐어져 있었다. 올챙이를 잡으려는 모양이다. 아이의 물병 안으로 들어가 어디선가 버려질지도 모르는 올챙이 생각을 했는지 회원 하나가 ‘올챙이 잡으면 안돼~’라고 아이를 타일렀다. 하지만 아이는 들은 척 만 척 황급히 뛰어가 버렸다.
어릴 적 올챙이를 잡고 비닐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던 기억이 떠올랐다. 현관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꺼내다가 비닐봉지를 떨어뜨렸다. 밑으로 떨어지며 찢어진 비닐봉지. 그리고 물기로 흥건히 젖은 바닥위에서 파닥거리던 올챙이. 그 다음에 올챙이를 어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조금 느꼈던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은 아닐까.
간혹 가을이 되면 곳곳에서 날아다니던 잠자리를 잡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생물시간에 했던 개구리 해부 실습. 호기심으로 지렁이를 밟아 터뜨리던 같은 반 남자아이들의 장난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기억. 문득문득 꺼내보는 추억 속 장면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일상의 작은 풍경이었을 뿐이다. 잠자리채는 어느 문구점에 가도 살 수 있는 흔한 자연 학습물이었다. 작고 보잘것없는 지렁이가 자연 생태계를 정화시키고 기름진 흙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렁이는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생각을 그때는 왜 하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