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정상으로 가는 길조태용
지리산 노고단은 가장 쉽게 지리산의 장대한 능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봉우리다. 성삼재에 자동차가 갈 수 있는 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도로가 건설된 이후 노고단을 찾는 사람들은 등산객에서 점차 관람객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성삼재까지 가서 잠시 뒷산을 오르듯 노고단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매력 때문인지 1년에 노고단을 찾는 관람객은 70만을 넘는다고 한다. 노고단은 슬리퍼를 신고도 쉽게 오를 수 있어서 애써 등산화를 신은 사람이 무안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아스팔트로 된 편안한 길이 존재하는데 어려운 길을 선택 할 사람은 많지 않아서인지 화엄사에서 시작하는 전통적인 노고단 등산로를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과거에는 노고단에 오르려면 대부분 화엄사를 기점으로 출발했다. 지리산 종주 역시 화엄사가 출발점이 되기 십상이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거리는 약 7km인데 꽤 가파른 길로 결코 쉽지 않은 코스다. 더구나 커다란 배낭이라도 메고 오른다면 그 길은 고생길이 되기 쉬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지리산 종주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쉽게 성삼재로 출발지점으로 잡는다. 하지만 성삼재에서 출발한 종주 대는 종주를 마치고도 종주했다고 말하기가 조금은 미안스러운 감을 감출 수 없다. 그 이유는 출발이 너무 쉬었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편리함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하고 성삼재로 지리산을 찾고는 했다. "시간이 부족해" "짐이 많잖아"등의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그러나 오늘은 오래된 방법으로 노고단을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