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 할머니 장학금 기탁 '큰 반향'

칠곡군 장봉순씨 600만 원 기탁…청와대 격려, 장학재단 건립 추진

등록 2006.04.04 19:58수정 2006.04.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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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장봉순(84·경북 칠곡 북삼읍 어로리) 할머니의 600만 원 장학금 기탁으로 대통령 부인이 감사의 전문을 보내오는 등 격려가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는 최근 "홀로 생활을 감당하기도 여의치 않으셨을 터인데 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생각해 따뜻한 사랑을 전하신 어르신의 정성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의 전문을 보내왔다.

a 경북도 윤효정(우) 보건복지여성국장이 장봉순(좌) 할머니 집을 방문, 격려했다. 좌측은 김종문 북삼읍장.

경북도 윤효정(우) 보건복지여성국장이 장봉순(좌) 할머니 집을 방문, 격려했다. 좌측은 김종문 북삼읍장. ⓒ 이성원

경북도 윤효정 보건복지여성국장도 장 할머니 집을 방문, 이의근 도지사의 감사패를 전달했고, 칠곡군에서도 배상도 군수가 장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후 장씨를 격려했다.

윤 국장은 "지금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기탁하는 등 선행을 베푸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지만 장 할머니의 장학금 기탁처럼 감동적인 것은 처음"이라며 "할머니의 좋은 뜻이 퇴색되지 않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씨는 "정부에서 노인 요양시설을 더 많이 지어 노인들이 죽을 때까지 이들을 편히 돌봐주면 좋겠다"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인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올해 83세의 기초생활수급자인 장복순 할머니는 30년 동안 저축한 600만 원을 북삼읍에 학생 장학금으로 기탁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600만 원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하는 장 할머니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이다. 매달 읍사무소에서 받는 35만 원의 생계보조금과 경로 연금을 한 달 생활비로 쓰고 한 달에 2∼3만원씩 꼬박꼬박 모아온 돈이다.

장 할머니는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면 참 좋잖아. 공부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지 않겠어"라고 말했다.


현재 3평도 채 안 되는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 할머니의 지난 삶도 결코 평탄치만은 않았다. 17살 때 영천 화북에서 목수인 남편에게 시집와 대구역 앞에서 가구공장을 하면서 꽤 부유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남편이 빚보증을 잘못 서 전 재산을 날리고 남편의 고향인 북삼읍으로 왔다. 몸이 약했던 남편 대신 혼자 돼지와 소를 키우고, 남의 집에서 일해주고 받는 품삯으로 연명했다. 자식이 없어 환갑이 넘도록 부부 둘이서 단출하게 살았다. 그나마 20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그때부터 인근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막노동과 청소일로 생계를 이어왔다.


평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장 할머니는 83세의 고령임에도 건강하다. 성격도 깔끔해 평생 미장원 한번 가지 않고 자신이 개발한 머리 스타일로 정결을 유지한다. 집안에는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성격이 좋아 이웃들과도 잘 어울린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씩 북삼읍 사회복지사 박경미(33)씨가 찾아와 말벗이 돼준다.

장봉순 할머니의 미담이 알려지면서 지역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장씨를 본받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장복순장학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역민 스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3억 원 정도의 장학기금을 마련, 정식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삼읍 복지회관이 내년쯤 완공되면 복지회관 마당에 장 할머니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성원 기자는 경북일보 사회부 기자 출신으로 현재 칠곡신문 편집국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성원 기자는 경북일보 사회부 기자 출신으로 현재 칠곡신문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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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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