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구 작가홍지연
만화가 박순구. 2000년도부터 그는 '예비 만화가'로서 살기 시작했다. 더 멀리는 만화잡지 <보물섬>을 읽으며 자란 탓일까. 막연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학창 시절 내내 미술부에 속했었고, 당연한 수순처럼 미대(안동대 서양미술학과)에 입학했다.
재학 시절에는 국전에도 나가고, 가끔 만화 공모전을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신통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2000년 '만화를 사랑하는 넷'이라는 공모에 붙어 작가로 키워주겠다는 말에 선뜻 서울행을 결심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3개월쯤 지나 '만사넷'이 문을 닫게 된 것. 올라온 김에 캐릭터 관련 회사에 취직을 하고 애니메이션 콘티와 게임 디자이너 등의 일을 하면서 다시 준비를 했다. 이듬해에는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꽤 낡고 오래되어 아름답거든>이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정식 데뷔하게 된다.
2002년도에는 한 스포츠신문이 연 공모전의 부상으로 인터넷 연재 코너가 주어졌는데 그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연재에 매진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3개월 만에 끝이 난 잠깐의 운이었다.
"연재를 하다 회사의 입장으로 일방적으로 접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작가의 권리를 정할 수 있는 부분도 계약서상에서는 상당히 한정적이거든요. 엠파스에서 사장될 뻔한 <위대한 캣츠비>가 다음으로 옮겨가 살아난 경우처럼. 뭔가 대책이 필요한데… 그런데 만화는 매체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자리를 굳히지 못한 소외된 장르죠."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그가 '만화가를 대표하는 변'을 늘어놓았다.
우리의 지금, 희망과 사랑에 대한 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