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맞선 '다윗의 반란' 주목하라"

'골리앗의 희생양' 중소기업 사장들 5일 협회 발족..."지금 현장엔 살생만 난무"

등록 2006.04.05 18:33수정 2006.04.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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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중소기업상생협회가 5일 출범식을 열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대중소기업상생협회가 5일 출범식을 열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정부가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말잔치에 불과합니다. 정책을 펴도 대기업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그치니 현장에서는 '상생'이 아니라 '살생'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현직 중소기업 사장들이 대기업의 횡포를 고쳐보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부당한 요구를 일삼는 대기업에 굴종을 선택하는 대신 당당하게 맞섰던 '투사'들이 대·중소기업상생협회를 만든 것이다.

국내 최대 시스템통합업체(SI)인 삼성SDS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던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전 대표, LG텔레콤과 3년째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김성수 서오텔레콤 사장, 삼성엔지니어링과 공사대금을 놓고 분쟁을 겪고 있는 반성오 한진건업 대표, 대기업과 특허권을 놓고 싸우고 있는 이재철 선진비알티 대표, 박영대 삼영기술 사장 등이 '주동자'들이다.

모두 '골리앗' 대기업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거나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회사가 휘청이는 피해를 입은 '다윗'들이다. 여기에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당할 우려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중소기업 86여개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민주노동당도 협회에 힘을 보탰다.

협회는 5일 서울 구로동 사무실에서 최병모 민변 고문,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공식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투사가 된 중소기업 사장들

잘 나가던 중소기업 사장들을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고치는 운동에 나서게 한 것은 패배의 쓰라린 아픔이다. 대기업과 쉽지 않은 싸움 끝에 하나같이 회사가 망하거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고통을 겪으면서 이대로는 우리 경제에 미래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


협회 초대 회장이 된 조성구 전 대표는 삼성SDS와의 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문서를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로 국내 금융권을 휩쓸었던 얼라이언스시스템은 삼성SDS와 싸움을 벌이는 동안 공중분해 됐다. 검찰도 증거 불충분으로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조 전 대표는 "불공정거래는 물론 명백한 범죄행위까지 저질러놓고도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대기업들의 행태"라며 "공정위가 삼성SDS의 불공정거래에 시정명령까지 내렸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성수 서오텔레콤 사장은 LG텔레콤과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2001년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휴대전화의 버튼을 눌러 비상호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이를 LG텔레콤에 협력 제안을 하면서 기술 자료를 제출했는데 당시에는 별 반응이 없다가 1년 뒤 LG텔레콤은 김 사장이 개발한 것과 똑같은 휴대전화 구조요청 서비스를 선보였다.

김 사장은 검찰에 LG텔레콤을 고발했고 1심과 2심에서 14개 특허 중 6개를 인정받았다. 이에 LG텔레콤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김 사장은 "대기업들은 일단 중소기업의 기술을 가로챈 후 특허 분쟁이 벌어지면 시간 끌기로 일관하는 수법을 쓴다"며 "계속되는 소송에 자금력과 조직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거나 망하면 헐값에 특허기술을 가져가는 것이 그들의 특허 정책"이라고 성토했다.

"소외된 중소기업 목소리 적극 담아낼 터"

우선 협회는 정부와 대기업 주도로 벌어지고 있는 대·중소기업 협력 사업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담아내는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피해사례를 모아 백서를 발간하고 대·중소기업간 진정한 협력사례의 모델도 발굴해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숨죽이고 지내는 중소기업들의 피해 사례를 알려 나가고 정부 정책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재 노력을 하는 한편 법적인 대응에 쉽게 나설 수 있도록 법률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변의 중소기업팀 변호사 10여명이 참여한다.

정책 대안 마련 활동에도 나선다.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 기관과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기서 나온 정책들의 법제도화에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향후 협회가 추진하는 모든 일에 당 차원에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조성구 회장은 "쉽지 않겠지만 우리 협회가 없어도 될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관행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중소기업간 고질적인 불공정 거래 관행을 깨버리겠다는 '다윗들의 반란'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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