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이 두 개인 이유

등록 2006.04.05 21:10수정 2006.04.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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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지만
이제 알아야 하네

오른손이 화내는 손일 때
왼손은 감싸주는 손이어야 하고
오른 손이 밀어내는 손일 때
왼손은 잡아주는 손이어야 함을
한 번쯤은 생각해야 하네

옹이처럼 딱딱한 저 어린 눈에서
소리 없는 눈물이 흐를 때
오른손은 그 이유를 알아야 하고
왼손은 따스한 약병을 준비해야 하는 걸
가슴으로 느껴야 하네

학교 다니기 싫어요 하는 아이를 보고
안 다니면 뭐 할 건데 묻지 말고
학교 다니고 싶어요 그런데 힘들어요 하는
아이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따스한 온돌 같은 손이 필요함을
알아야 하네
알아야 하네

가끔은 저 푸른 보리밭처럼 싱싱해지고 싶은 마음
소고삐처럼 묶어 놓은 현실 때문에
묵묵히 말라가는 마음들을 알아야 하네
의자에 종일 앉아 웃고 떠들지만
마음은 딱딱한 의자처럼 굳어가고 있음을
오른손이 모른 척해도
왼손은 알아 그 마음 다독여야 하네

사람에게 손이 두 개인 것은
사랑의 손과 채찍의 손이 함께 해야
나란히 걷는 기찻길처럼
어깨동무도 하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걸
이젠 알아야 하고 생각해야 하네


아이들이 늘 화사하게 웃었으면...
아이들이 늘 화사하게 웃었으면...김현
1학년 때 우리 반 아이였던 주은(가명)이가 2학년 담임선생님한테 혼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1학년 때도 적잖은 말썽을 피웠는데 2학년에 올라가서도 여전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은이는 부모가 있지만 없는 것과 같습니다. 주은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세상을 떠났고 새엄마를 맞이했지만 얼마간 살다가 주은이만 남겨 놓고 아빠와 둘이 나가 살게 되면서 주은이는 조부모 밑에서 살면서 중학교까지 졸업했던 아이입니다.

아빠의 얼굴은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해 잊고 지낸다고 합니다. 어릴 땐 명절 때라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아예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집에도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주은이와 첫 대면할 때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코에는 피어싱을 하고, 양쪽 귀엔 귀고리를 몇 개씩 달고 학교에 등교했습니다. 앞으로 나오라 해서 물건들을 빼내는데 꼭 어린애 같은 행동을 하였습니다. 몸을 비비 꼬고 앙탈을 부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등학생의 말과 행동이 아닌 초등학교 저학년, 아니 유치원생 같은 행동을 했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행동이 많이 어른스러워져서 그때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은이의 가장 큰 문제는 꿈이라는 게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웃고 장난치고 하며 아이들과 어울릴 뿐입니다. 졸업하고 취업을 나간다고 하든가, 아님 미용을 배운다고 하든가 어떤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습니다. 배움에 대한 의지도 없다 보니 학교생활이란 그저 건조한 일상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왜 아이가 그렇게 시간을 보낼까? 왜 아무런 꿈이나 희망을 품지 못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은 관심과 애정결핍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그 아이의 마음을 지배하면서 응석받이가 되고 엇박자 생활을 하게 된 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현재 고모 집에서 지내고 있는 주은인 칭찬보다는 꾸지람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칭찬보다는 꾸중이 많습니다. 그래도 성격은 좋은 녀석이라 늘 맑게 웃고 다니는 모습이 좋습니다.

엊그젠 주은이 고모와 작은 엄마가 학교에 와서 주은이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걸려 혼날까 봐 그냥 학교 밖으로 나간 모양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흡연까지 한 모양입니다.

늘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고 어른들한테 혼나기만 한 주은이와 다른 아이가 언젠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선생님, 전 버림받은 아이에요. 부모에게서도 버림받았는데 여기에서도 버림받을까 두려워요."

부모에게 버림받았거나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평상시엔 웃고 떠들며 밝게 지내지만 마음속엔 응어리진 눈물들이 한 주먹씩 있나 봅니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고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말을 삼켜야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우리 주변엔 무척 많습니다. 그 속울음들이 모난 성격으로 나타날 때 어른들은 그것을 그 아이 탓으로만 돌리기 일쑤입니다. 나 또한 그 어른들 중 한 명이고요.

그 아이들에겐 한 손만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꾸짖는 손, 화내는 손, 지적만 하는 손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 관심의 손, 사랑의 손, 이해의 손도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우리 사람에겐 두 손이 있다고 봅니다.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우리는 두 손을 다 사용해야 합니다. 한 손으로 꾸짖었으면 다른 한 손으론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손이 필요합니다. 지나치게 감싸기만 해서도 안 되겠지만 반대로 무조건 꾸짖기만 해서도 안 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손의 무게 중심은 어디에 더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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