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목에 건 아기천사 민웅이

욕심 많은 둘째 아이도 언젠가 세상 사람들에게 눈 돌릴 날 있겠죠

등록 2006.04.06 11:34수정 2006.04.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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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향해 기어가는 모습입니다. 늘상 엄마와 아빠를 선택하며 걸아가곤 합니다. 그만큼 나와 아내는 민웅이를 독차지하려는 사랑 쟁탈전을 벌이고 있죠. 물론 그것은 첫째 딸아이가 없을 때 하지요. 첫째에게 눈치가 보이거든요.
엄마 아빠를 향해 기어가는 모습입니다. 늘상 엄마와 아빠를 선택하며 걸아가곤 합니다. 그만큼 나와 아내는 민웅이를 독차지하려는 사랑 쟁탈전을 벌이고 있죠. 물론 그것은 첫째 딸아이가 없을 때 하지요. 첫째에게 눈치가 보이거든요.권성권
"민웅아. 까꿍."
"민웅아, 아빠 봐봐."
"민웅아, 엄마 한테 와. 까꿍. 까꿍."


둘째 아이 민웅이를 두고 나와 아내가 소리치는 말이다. 서로 자기 쪽으로 오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민웅이를 두고 벌이는 사랑 쟁탈전이다.

그러면 민웅이는 엄마, 아빠 사이를 오가며 고개를 이리저리 갸우뚱거린다. 좀체 감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많은 탓인지 엄마 편으로 가는 날이 많다.

둘째에게 그런 사랑을 쏟을 때는 첫째아이가 없을 때이다. 첫째 딸아이 민주는 요즈음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그곳에 다닌 지 꽤 됐다. 지금은 제법 익숙해졌는지 스스로 가방을 메려고 한다. 집 문밖을 나서는 것도 스스로 열심이다. 차를 기다리는 것도 다르지 않다. 그리곤 9시가 되면 어린이집에서 오는 차를 타고 그곳으로 휭 하니 날아간다.

그때부터 오후 5시 무렵이 될 때까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둘째 아이다. 기저귀를 가는 것부터 해서 우유를 먹이는 것, 그리고 유모차를 타는 것 등등 신경은 온통 둘째 민웅이에게 간다. 첫째와 둘째 사이의 터울은 그만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터울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이들이 연년생이었다면 그만큼 사랑을 주고 나누는 것도 힘들지 않았나 싶다.

더욱이 그 터울은 둘 사이를 대하는 것도 많이 다르다. 솔직히 첫째 때에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뚫어져라 지켜보며 쳐다보았다. 물을 먹는 것부터 해서, 기어가는 몸짓 하나에도 그리고 뒹구는 것 하나까지도 온통 하늘을 모시는 듯 했다. 그만큼 애지중지해서 키웠던 것이다.


장난감 청진기를 차고 있는 민웅이 모습이 꼭 '아기천사'같지 않나요. 밥도 첫째보다 더 많이 먹으려고 하고, 또 갖고 노는 것도 다 빼앗으려는 민웅이예요. 물론 첫째 딸아이도 만만치 않지요. 앞으로도 더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커서는 무슨 일을 하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장난감 청진기를 차고 있는 민웅이 모습이 꼭 '아기천사'같지 않나요. 밥도 첫째보다 더 많이 먹으려고 하고, 또 갖고 노는 것도 다 빼앗으려는 민웅이예요. 물론 첫째 딸아이도 만만치 않지요. 앞으로도 더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커서는 무슨 일을 하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예요.권성권
하지만 둘째는 그렇지 않다. 입고 먹고 싸는 것을 첫째와는 달리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물을 먹는 것부터 해서, 기어오는 몸짓 그리고 뒹굴고 빠는 것들도 녀석이 알아서 하리라 단정해 버린다. 이를테면 그려려니 하는 것이다. 그만큼 첫째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소홀하게 대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민웅이가 식탐이 큰 지도 모르겠다. 온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으면 녀석은 어김없이 밥 상 앞으로 다가온다. 꾸역꾸역 제 발로 유모차를 밀면서 한달음에 달려온다. 그리곤 곧장 밥을 먹고 있는 엄마 아빠의 손을 가로채기도 하고, 옆구리에 손을 갖다 대기도 한다. 아마도 자신에게도 밥을 달라고 하는 것이리라.


그런 녀석이 어제 점심때는 청진기를 갖고 놀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조그마한 책도 집었다가, 나무 장난감도 집었다가 그리고 그것도 집었다가 놓기를 몇 차례 되풀이했다. 그래서 내친김에 나는 그것을 목에다 걸어 주고 예쁜 사진도 몇 컷 남겼다. 그랬더니 청진기를 찬 민웅이 모습이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꼭 아기 천사 같았다.

지금은 그렇게 첫째에 비해 더 많이 먹으려고 하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둘째 아이 민웅이다. 앞으로도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비슷하게 크지 않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청진기를 차고 있는 저 모습처럼,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베풀며 사는 '아기 천사'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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