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사에 대한 짐을 벗어라

권희정 열사 추모사업회를 찾아서

등록 2006.04.07 15:17수정 2006.04.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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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성신여대 총학생회 가는 길가의 추모비

성신여대 총학생회 가는 길가의 추모비 ⓒ 이창기

해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목련은 피어나고 그 흰 목련 향가에 하나 둘 전화기를 붙들고 추모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권희정열사추모사업회 사람들이다.

흰 목련처럼 깨끗한 미소를 가졌었던 권희정 열사는 성신여대 총학생회 정책부장으로서 10여 일 동안의 단식으로 학원자주화, 학원민주화 투쟁을 열열이 전개하다 안타깝게도 1996년 4월7일 사망했다.

“사실 생활에 바쁜 회원들에게 전화를 하는 게 부담스럽기는 해요. 그런데 회원들에게 전화를 하면, 그렇지 않아도 목련꽃 피는 걸 보면서 전화 올 줄 알았다고 다들 반갑게 받아 줍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추모사업회 집행위원들이 대신해주어 고맙다고 그래요. 모두가 그렇게 반겨줄 때면 추모사업회 일에 보람을 느껴요.”

권희정열사추모사업회 집행위원 김은교씨의 이 말에서도 열사를 벗으로 두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권희정열사추모사업회에서는 이런 회원들의 뜻을 모아 올해 10주기 행사를 성신여대22대총학생회와 함께 대규모로 진행한다.

추모사업회에서는 3일~9일까지 성신여대 수정관에서 권희정 열사 사진전을 열고 있다. 추모사업회 회원들이 자체로 공연도 준비해서 추모의 밤 행사에서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10년간의 추모사업회 활동과 권희정 열사의 추억을 모아 출판물도 낼 계획이라고 한다.

a 성신여대 수정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권희정열사 추모 사진전

성신여대 수정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권희정열사 추모 사진전 ⓒ 이창기

김은교씨는 얼마 전 노수석 열사 추모식에 갔다가 노수석 열사 아버지가 “산자들이 너무 열사에 대해 너무 무겁게 대하지 말고 열사에 대한 짐이 있다면 내려놔라”라고 말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열사를 기억하면 슬픔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열사를 기억하고 그 염원을 생각하고, 또 함께 모일 수 있게 한 것을 열사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김은교씨의 이 말 우리에게 열사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일상에 빠져들고 이기심에 젖어들고 동지애도 잃어버린 채 세파에 찌들어가는 마음으로 광주 망월동 묘역과 마석 모란공원에 가면 어느새 우리 마음은 피어나는 순백의 목련 꽃잎이 되고 타오르는 진달래 꽃잎이 된다.


자녀들과 체험학습 다니는 추모사업회 회원들

권희정 추모사업회는 그래서 단순히 추모제를 위해 한번 모이는 것이 아니라 일상 사업도 신경 쓰고 있다.


작년부터 자녀를 대동한 회원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고궁을 찾아가 역사를 배우고 호패도 만들어보고, 생태공원을 식물과 곤충을 채집하고 대학 강의실에 모여 발도로프 인형 만들기도 한다.

권희정 열사 부모님 생신 때면 친딸, 친 사위마냥 집에 찾아가 생일상을 차려드린다. 8.15 민족대회에 참여하여 열사의 염원도 함께 담아 목이 터져라 조국통일을 외치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추모행사 일정

▲10주기 추모제
4월 7일(금) 오후1시 /  성신여대 운동장

▲10주기 추모의 밤
4월 8일(토) 오후 5시 / 성신여대 시청각실

▲10주기 추도식
4월 9일(일) 오후 12시 / 마석
--> 9시30분 학교에서 버스로 출발

이 기사는 자주민보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추모행사 일정

▲10주기 추모제
4월 7일(금) 오후1시 /  성신여대 운동장

▲10주기 추모의 밤
4월 8일(토) 오후 5시 / 성신여대 시청각실

▲10주기 추도식
4월 9일(일) 오후 12시 / 마석
--> 9시30분 학교에서 버스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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