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침 전쟁연습을 막아내야겠다는 마음 뿐"

[인터뷰] 한미연합훈련 규탄 기습시위 벌인 범민련남측본부 이규재 의장

등록 2006.04.07 12:02수정 2006.04.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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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미연합훈련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및 독수리연습(EF)이 진행된 지난 30일 오전 충남 서산시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과 범민련 남측본부 회원 20여명이 상륙작전 중인 한국군과 미군의 장갑차와 탱크를 가로막으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한미연합훈련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및 독수리연습(EF)이 진행된 지난 30일 오전 충남 서산시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과 범민련 남측본부 회원 20여명이 상륙작전 중인 한국군과 미군의 장갑차와 탱크를 가로막으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달 30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벌어진 RSOI(연합전시증원연습)와 FE(독수리훈련) 규탄 기습시위에 참가한 이규재 범민련남측본부 의장 등 참가자 8명에게 서산경찰서장 명의의 출두요구서가 날아들었다.

해상상륙작전 기습시위에 대한 강력대응 방침을 밝힌 국방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산경찰서에 시위참가자를 전원 고발조치하였고 이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그동안 이번 시위를 둘러싸고 시민사회단체는 RSOI-FE 군사연습이 북침 선제공격을 전제로 진행된다는 점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였고, 군당국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반도 전쟁억제·방어를 목적으로 한 군사훈련에 돌출적인 불법시위로 군사훈련을 방해하였기에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시위 당일 국방부 관계자가 훈련상황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 스스로 이번 군사연습이 '평양고립' 등의 북침 공격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시인한 이상 그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에 직접 참가하고 출두요구서를 받은 이규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이하 범민련) 의장을 범민련남측본부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지금의 소회를 들어 보았다. 이번 시위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한 사무실 한켠에 자리한 이규재 의장은 인터뷰 내내 "기가 막히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

"그저 내 몸뚱이라도 던져 막아내야겠다는 마음뿐"

a 범민련남측본부 이규재 의장

범민련남측본부 이규재 의장 ⓒ 김명섭

- 이번 시위를 펼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무슨 긴 말로 설명할 게 있겠습니까. 우린 이미 수차례에 걸쳐 이번 군사연습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훈련인가에 대해 정부당국에 문제제기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우리 국민들의 평화의 바람을 무참히 저버리고 북녘 어느 서해안을 고려한 북침전쟁연습을 그저 내 몸뚱이라도 던져 막아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상륙작전을 만리포에서 하든 포항에서 하든 어디라도 좇아가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훈련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대로 북쪽 유사 지점을 염두에 두고 벌였다 하는데 그게 ○○입니다.

난 그렇게 생각합니다. 평양에서 가까운 ○○으로 상륙해 평양을 고립시키겠다. 이게 어디 지금 할 소립니까? 마음 같아서는 몇천 명이고 몇만 명이고 함께 데리고 가서 우리의 뜻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더 안타까울 뿐입니다."


- 직접 시위 현장에 계시면서 들었던 느낌은.
"기가 막힙디다. 기가 막혀. 바다 멀리 군함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수륙양용선에 의해 장갑차 수십여 대가 해변으로 올라오고 연막탄이 터지면서 폭발음과 연기 속에 군인들이 대규모로 올라오는데, '이게 실제상황이라면' 하고 생각하니 기가 찹디다. 사람 몇백 명 몇천 명 죽는다는 건 시간 문제지. 더군다나 항공모함까지 동원되면 그 규모와 위력은 가공할 만한 군사무장력일 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설사 한미연합군이 평양을 공격한다 해도 우리 남쪽은 무사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미군기들이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것이 북의 장사정포의 사거리 밖으로 피한다는 의미도 있는데 전쟁이 났다 하면 서울 수도권의 모습은 불 보듯 뻔합니다."

"폭탄에 눈이 달려 누구는 살려주고 누구는 죽이냐"

a 지난달 30일 기습시위에 직접 참가한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왼쪽에서 3번째)

지난달 30일 기습시위에 직접 참가한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왼쪽에서 3번째)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번 시위로 출두요구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가 막힙니다. 기가 막혀. 그렇지 않아도 오늘 민가협 어머니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내 그 얘길 했어요. 내가 이번 일로 검사 앞에 가서 조사를 받던지 판사 앞에 가서 재판을 받던지 하면 그네들에게 폭탄에 눈이 달려 누구는 살려주고 누구는 죽이냐고! 미사일에 눈이 달려 너는 살고 나만 죽느냐고! 다 알다시피 이 땅에서 전쟁은 전면전이고 민족의 공멸입니다. 평화를 원하고 전쟁을 반대한다고 얘기하면서 왜 그 전쟁을 막겠다는데 동조는 못할망정 엄중 처벌이란 게 말이 됩니까.

남과 북이 오랫동안 외세에 의해 붙들어매놨던 서로의 빗장을 풀고 화해로 평화로 가자고 그렇게 약속해 놓고 뒷전에선 총칼을 디밀어 대면 그게 서로 할 짓이냐 이겁니다. 6·15공동선언이 발표되고 서로 오고가며 정부급·민간급 할 것 없이 교류와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북침 전쟁연습이란 말이 되지 않아요. 우리도 이번 일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갈 겁니다."

- 이번 군사연습관련해서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이번 군사연습으로 인해 장관급회담이고 민간차원 회담들도 모두 4월 이후로 연기되었습니다.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이 소위 핵문제를 비롯하여 인권문제니 위폐문제니 하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이 때,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으면 서로 응당 그런 역할과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뒤로는 외세와 함께 그런 무모한 군사연습이나 대규모로 벌여 대면 그 누군들 달가워하겠습니까? 실천과 행동이 따르지 못하는 그런 회담을 해서 무엇을 얻겠습니까?

분단 이후 이렇게 남과 북이 서로 자주 만나고 신뢰를 쌓아갔던 적도 없었습니다. 자꾸 서로 견제하고 소모적인 전쟁연습을 할 게 아니라 평화체제로 돌입하기 위한 실천전 대책들을 세워가야 합니다. 가장 선차적인 문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이고 남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터 제 나라로 돌려보내야지요."

a 범민련 남측본부, 통일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진행된 전시증원한미합동훈련장에서 시위를 벌인 단체 회원들을 고발한 국방부를 규탄했다.

범민련 남측본부, 통일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진행된 전시증원한미합동훈련장에서 시위를 벌인 단체 회원들을 고발한 국방부를 규탄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보수언론이나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시위가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하고 나서는데.
"기가 막힙니다. 누구를 위한 한미동맹입니까? 미국이 북을 고립시켜 동북아에서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건 이제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압니다. 한미동맹이 우리 민족을 위해 필요합니까? 미국을 위해 필요합니까?

분단이 만들어 놓은 그 반공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얼마 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위험천만한 불법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말합디다. 그럼 박근혜 대표는 북침 전쟁 계획에 동의한다는 뜻인지 되묻고 싶어요. 우리 민족의 한 구성원이고 한 나라의 정치를 한다고 하는 사람이면 사려깊게 행동해야지…. 말할 가치도 못 느낍니다."

- 앞으로 대응 계획은.
"이미 이번 군사연습이 북침 선제공격을 전제로 하고 있음이 낱낱이 밝혀진 이상 사회 각계각층과 공동으로 대규모 공개 토론회 등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갈 겁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똑똑히 가려보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입니다. 여러 가지 대책들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시위를 두고 한미동맹의 심각한 오해와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의 우려섞인 기사 앞에 민족의 오해와 균열보다 한미동맹의 오해와 균열이 더 중요한가 되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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