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작은 희망, '자운영'을 소개합니다

자운영과 벼는 단짝 친구,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녹비작물

등록 2006.04.07 17:40수정 2006.04.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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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은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작물로 인기가 좋다.
자운영은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작물로 인기가 좋다.조태용
요즘 들판을 녹색으로 수놓는 작은 풀이 있습니다. 그 풀의 이름은 바로 자운영입니다. 언뜻 보면 토끼풀과도 비슷한 자운영이 들판을 메우는 이유는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녹비작물로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운영이 녹비 작물로 인기가 높은 것은 풍부한 유기물을 남기고, 질소를 고정시켜 화학비료 없이도 벼농사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운영의 생명 순환 주기가 벼의 생명 주기와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자운영의 싹이 트는 겨울은 벼를 수확하는 때이고, 벼를 심는 때는 자운영이 시들어가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단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태용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화학비료 중 50%는 작물 수확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증발하거나 수로를 통해 하천과 강에 흘러간다고 합니다. 이렇게 흘러간 화학비료는 독성조류(藻類)나 산소를 고갈시키는 조류를 증식시켜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친환경 농업에서는 화학비료 사용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습니다.

조태용
화학비료와는 달린 자운영은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산소를 배출하고, 물을 오염 시키지도 않으며 땅의 질소를 고정시켜 땅을 건강하게 합니다. 더구나 한 번 파종하면 매년 파종할 필요가 없이 자연 순환시킬 수가 있어 영구적입니다. 한겨울 대지를 푸르게 하고, 봄이면 꽃이 피어 벌과 나비의 식량이 되어 주고, 죽어서는 작물에 거름이 되어주는 자운영은 어려운 농촌의 작은 희망을 주는 고마운 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태용
자운영은 요즘에서야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만 사실 오래된 농부들은 자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화학비료를 금비(金肥)라고 홍보하던 시절에 우리 논에 이미 자운영이 자라고 있었으니까요. 즉 화학비료에 밀려 사라졌던 것이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그러니 논은 30~40년만에 다시 자운영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별이 꽤 길었지만 이제라도 만난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그러나 논과 자운영이 만난 것은 기쁜 일이지만 농촌도 함께 행복하진 않습니다. 자운영이 돌아온 시간만큼 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조태용
자운영이 사라지기 전 농업은 정말로 '천하지대본'에 가까웠다면 요즘은 천하에 가지면 안 될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운영이 친환경 농업이라는 새로운 대안으로 농민에게 찾아온 것처럼 우리 농업도 생명을 키우는 고귀한 직업이며 천하의 근본으로 존중 받을 날이 오기를 4월의 들판을 수놓기 시작한 자운영 꽃을 보면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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