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 가는 길, 동굴천장에 매달린 청년을 보다

[중국배낭여행길라잡이] 운남편 - 원양(元陽), 비탈논으로 유명한 비경

등록 2006.04.08 20:43수정 2006.04.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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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원양비탈논

원양비탈논 ⓒ 최광식

운남성(雲南省) '원양(元陽, yuan2yang2)'은 2000여미터의 산을 타고 펼쳐진 비탈논으로 유명합니다. 중국에서 비탈논 사진이 나온다면 100중 99는 '원양 비탈논'을 촬영한 곳입니다. 중국사람 중 사진 쪽 관련된 분들의 '성지순례 코스' 비슷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최근 일본여행책자에 소개되어 일본인 배낭객들이 조금 오기는 하지만 아직 서양여행 책자나 한국여행 책자에는 소개가 없거나 짧아서 한국 배낭객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a 원양은 운남성 정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원양은 운남성 정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최광식

간밤에 승객과 경찰이 시비가 붙어서 잠을 좀 설쳤다. 20대로 보이는 경찰이 아마 검문 때문에 새벽잠을 설쳐 퉁명스럽게 대답했을 중국 할아버지에게 연신 '태도가 불량하다. 내려!'라고 큰소리쳤다. 아닌 밤에 홍두깨라더니…. 40대로 보이는 경찰(뭐 군인이었을지도 모른다)이 올라와 양쪽 다 달래는 걸로 상황 끝. 날아간 내 잠은 어디서 보상받나?

얼핏 눈을 뜨니 석병(石屛)이다. 한 시간만 가면 내 목적지인 건수(建水)다. 이 침대버스는 중국 운남성 남부 시쌍판나(西雙版納)라고 부르는 곳의 중심도시인 경홍시(景洪, 경홍을 시쌍판나로 부르기도)에서 오후 5시에 출발해서 개원(開遠)으로 가는 차다. 간 밤 두 번의 검문때문에 조금 늦어진 듯. 뭐 중국에서 장거리 침대버스가 한두 시간 늦는 것은 오히려 정상에 가깝다.(경홍->건수 침대버스 아랫칸 112 위안(元))


보험 필요 없을 땐 언제든지 필요없다고 말할 것

'보험 필요없어!(不要保險! bu2yao4bao3xian3).'

중국에서 매번 버스를 탈 때마다 외치는 말이다. 보험이 필요없거나 필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미 한국 내 은행에서 달러 바꿀 때 들어주는 보험을-여행자보험은 좀 비싸서-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보험의 보상금이 턱없이 적어서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장거리 버스를 탈 때마다 매번 들어야 되는 귀찮음 때문에도 '보험 필요 없어'를 외친다.(중국 보험은 강제조항이 아닙니다. 필요없다고 생각하면 '필요없다'란 의사표시를 하시면 됩니다. )

a 보통 보험금 1위안 보상금은 무려 '1만위안(우리돈 130만원정도)'

보통 보험금 1위안 보상금은 무려 '1만위안(우리돈 130만원정도)' ⓒ 최광식

9시에 '건수' 도착. 정말 양호한 편이다. 한 시간밖에 늦지 않았다니. 비포장도로를 거의 7~8시간 지나온 걸 감안하더라도 무척 만족할 만하다. 짐 보관소에 짐 보관(2위안), 여행 중에 무척 편리한 서비스다.(안전(도난)을 염려하시는 분이 많지만 대체로 안전한 편입니다. 물론 귀중품은 별도 보관하셔야 하지요.)

'원양(元陽, yuan2yang2)'은 3년 전 우리 배낭여행동호회 회원이 소개한 적이 있어서 꼭 보고 싶었는데 결국 올해 기회가 닿아서 가게 됐다. 물론 사진 한 장 본 것이 유일한 정보였지만 충분히 짝사랑에 빠질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다.


건수에는 AAAA급 풍경구가 하나 있다. '연자동(燕子洞)'이다. 중국국가여유국(우리나라 관광공사에 해당)이 정한 국가급 풍경구이기는 하지만 몇 군데 풍경구에서 크게 실망을 해서 그리 가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다 AAAA급 풍경구 입장료는 턱없이 비싸다.(중국내 AAAA급 명승지는 2005년 현재 671곳입니다. 그런데 거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 분별력을 많이 상실한 듯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중국국가여유국(www.cnta.com/8-ssls/lyqd.asp)이나 제 블로그 여행정보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장기배낭객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입장료'


"'연자동'까지 8원, 여느 때처럼 고속도로변에 내려준다. 다행히 톨게이트가 눈에 보이는 곳이다. 뭐 한 500미터 걸어가면 되겠군. 톨게이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연자동'은 몇 백 미터 안 된다고 한다. 걸어가려고 했는데 웬 중국아줌마와 눈이 맞아 얼떨결에 오토바이 삼륜을 타고 이동했다.(2위안씩 달라는 걸 1.5위안씩)"

(필자주: 원양으로 가실분은 '연자동'이 건수 > 개구 > 원양(남사)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있으니 연자동앞 고속도로변에서 '개구'나 '원양(남사)'행 버스를 잡아 타셔도 됩니다. 원양(남사)까지는 22~24위안이면 적당할겁니다.)

a 고속도로에 내리셨다고 당황하지 마시길. 톨게이트를 찾아 가시면 됩니다. 운이 좋으면 10분안에는 도착합니다.^^

고속도로에 내리셨다고 당황하지 마시길. 톨게이트를 찾아 가시면 됩니다. 운이 좋으면 10분안에는 도착합니다.^^ ⓒ 최광식

그런데 비용이 달라졌다. 내가 산 2005년도판 책자에는 30위안에 가이드비 포함이라는데, 표파는 데 가니 입장료가 50위안으로 올랐고, 가이드비는 30위안(한 팀 가격이지만)을 따로 내야 한다.

중경에서 이곳에 친척 만나러 온 김에 놀러왔다는 중국아줌마는 '돈 많다는 한국인이 왜 떠나?'하는 표정이다. 나 같은 장기 배낭객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음식'도 '잠자리'도 아닌 과거 수천 %씩 올라갔다는 바이마르공화국 인플레이션을 연상시키는 중국 내 '입장료'라는 걸 알리가 있을꼬?

회족으로 보이는 일단의 중국가족들도 이곳에 와서 입장료를 보더니 발길을 돌린다. '사회주의' 중국은 이미 '입장료'에서는 자본주의 한국 이상이다.

군대 퇴역증으로 무료입장하는 두 명의 인민해방군 퇴역군인들과 같이 가이드비를 내는 조건으로, 즉 우리 둘은 15위안 내는 걸로 입장했다.(입장료 50위안+가이드비 7위안, 8위안은 중국아줌마가 부담)

가이드북에는 연 100만 마리의 제비가 몰려온다고 설명되어 있지만, 현지 가이드는 20만 마리라고 한다. 가이드북에는 음력 8월 8일에 '제비둥지 축제'를 한다고 돼 했지만 가이드아가씨 말로는 양력 8월 8일부터 3일간이란다. 뭐냐 이건.

어른들은 언제나 숫자로 판단한다?

하여간 아시아 최대 석회동굴이라는 곳을 보고 배를 타고 나오는데 제비둥지 따는 시범을 보여준단다. 석회동굴 천장에서 노란 옷을 입은 총각이 나와서 암벽타기를 보여준다. 퇴역군인 할아버지 한 분이 가이드에게 묻는다. 저러고 월급을 얼마 받는지? 800위안! 800위안이라는 중국 평균임금에 가까운 돈을 벌려고 저 총각은 저 햇빛도 안 들어오는 동굴천장에서 무전기 하나에 의지한 채 관광객이 올 때마다 절벽에 매달려야 한다. 이번에는 중국아줌마가 가이드 월급을 물어본다. 900위안!

a 제비집 따기 시연중. 800위안!

제비집 따기 시연중. 800위안! ⓒ 최광식

나는 얼굴이 얇아서 실례되는 질문을 못한다. 언제나 숫자 같은 건 더욱 못 물어본다. '어린왕자'에도 나오지 않던가? 어른들은 언제나 숫자로 판단한다고. '양철북'의 소년처럼, '피터팬'처럼 나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서일까?

하여간 판단기준으로 '숫자'가 유용하다는 건 사실이기도 하다. 다시 중국아줌마와 3위안에 고속도로변까지 간 뒤, 고속도로에서 건수 들어가는 버스를 잡았다. 7위안 냈다. 올 때는 8위안 냈는데. 흠…, 중국에서 정확한 숫자 같은 것 없다. '이슬람식당이라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은 홍소육(紅燒肉)과 밥한그릇으로 가볍게 점심(8위안), 홍소육이 7위안밖에 안한다. 중국내륙이라 물가가 싼 건가?

a 남사(南沙)가 원양현청입니다. 저처럼 당황하지 마시라. ^^;

남사(南沙)가 원양현청입니다. 저처럼 당황하지 마시라. ^^; ⓒ 최광식

식사를 마치고 매표소에 가 '원양'표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남사(南沙)'행 표를 준다. 잉? '남사'가 먼고? 몇 차례 확인을 거쳐(가이드북까지 포함해서) '남사'라는 곳이 '원양'현의 현청(우리식으로 하면 읍이나 면소재지)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비탈논으로 알고 있는 '원양'은 '남사'에서도 다시 한 시간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단다.

원양에 가는 여러 가지 방법들

a 곤명역 앞에 세군데 장거리 버스 터미널이 있습니다. 그중 중북(中北)버스터미날, 곤명장거리버스터미널 근처, '개구'행 버스안내

곤명역 앞에 세군데 장거리 버스 터미널이 있습니다. 그중 중북(中北)버스터미날, 곤명장거리버스터미널 근처, '개구'행 버스안내 ⓒ 최광식

1. 베트남에서 오실 분은 운남성 '하구(河口)'에서 하루 한대 원양(남사가 아닌)가는 침대버스를 이용하시길.('개구'로 오셔서 이동하셔도 됩니다.)

2. 경홍(씨상판나)에서 오실 분은 건수를 거쳐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일부구간 고속도로 공사 중이라 아직 시간이 걸리지만 올해 말 정도는 공사가 완료되어 시간이 3~4시간 단축될 겁니다.

3. 곤명에서 오실 분들은 곤명장거리버스터미널(南窯, nan2yao2)에서 하루 3대 버스가 있습니다.(7시간~10시간 소요) 오전에 한대 오후 침대버스가 2대. 시간은 변동이 많으니 미리 확인바랍니다. 아니면 곤명에서 출발하는 개구(個舊, ge3jiu4, '개'의 성조가 두개라 자신이….)행은 20분마다 출발하니 곤명->개구->남사->원양으로 이동하셔도 됩니다. 곤명-> 개구는 고속도로를 통해 5~6시간 정도. 개구-> 남사는 1시간 반~2시간, 남사->원양은 1시간 소요됩니다.

a 이건 '곤명장거리버스터미널(남요터미널)' 원양행 안내판입니다. 미리 확인하시는 것 잊지마세요. ^^

이건 '곤명장거리버스터미널(남요터미널)' 원양행 안내판입니다. 미리 확인하시는 것 잊지마세요. ^^ ⓒ 최광식

4. 유채꽃밭으로 유명한 라평(羅平, luo2ping2)에서 이동하실 분은 라평->사종(師宗, shi1zong1)->노서(瀘西, lu2xi1)->개구->남사->원양으로 이동하시길. 아침에 서두르시면 저녁쯤 도착합니다.

5. 버스요금은 개구->남사 14위안, 건수->남사 30위안, 남사->원양 8위안입니다.(이건 참고자료입니다. 중국 물가는 매년 오른다는 걸 감안하시길 바랍니다.)


지도에는 '남사'가는 것이 정남쪽이라 무척 가까운데, 옆 도시인 '개구'가는 버스도 20위안 받는데 30위안이나 받는다. 잉?(나중에 보니 개구를 거쳐 간다는)

3시간 걸려 원양 현청이 있는 '남사'도착(버스, 30위안), 역시 버스를 타고 '원양' 도착. 드디어….
a 신가진(新街鎭, xin1jie1zhen4)이 원양입니다. ^^ 복잡하지요?

신가진(新街鎭, xin1jie1zhen4)이 원양입니다. ^^ 복잡하지요? ⓒ 최광식

덧붙이는 글 | ㅇ이 기사는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 와 뚜벅이배낭여행(www.jalingobi.co.kr)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ㅇ 실 여행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자병음을 표기했습니다. 발음 뒤 ‘숫자’는 성조를 표시한 겁니다. 1은 높은 소리, 2는 올라가는 소리, 3은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소리, 4는 짧게 내지르는 소리입니다.

ㅇ 1위안(元)은 2006년 3월 사는 기준으로 약 130원정도입니다.

덧붙이는 글 ㅇ이 기사는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 와 뚜벅이배낭여행(www.jalingobi.co.kr)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ㅇ 실 여행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자병음을 표기했습니다. 발음 뒤 ‘숫자’는 성조를 표시한 겁니다. 1은 높은 소리, 2는 올라가는 소리, 3은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소리, 4는 짧게 내지르는 소리입니다.

ㅇ 1위안(元)은 2006년 3월 사는 기준으로 약 130원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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