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5주년을 맞는 워싱턴DC의 벚꽃축제한나영
우리나라도 벚꽃과 관련된 축제들이 많다. 여의도 윤중로와 진해 군항제, 그리고 전주와 군산을 잇는 번영로 등지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벚꽃축제들. 사람들은 '꽃바람'이 나서 꽃을 찾아 떠났을 것이다. 이곳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십만의 인파가 벚꽃 때문에 DC로 몰린다고 했다.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아요."
봄이 되면 저절로 고개를 DC로 빼는 사람들. 코끝으로 전해오는 벚꽃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어 이들은 바쁜 가운데에도 시간을 내 벚꽃구경을 떠난다. 해마다 반복되는 벚꽃나들이에서 이들이 터득한 진리, '차를 가져가면 꽃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고생만 한다.'
우리도 대중교통인 메트로(지하철)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은 듯, 주말이면 돈을 받지 않는 종착역인 '비엔나'역 주차장에는 행락객들의 차로 추정되는 차들로 이미 만원이었다.
벚꽃 행렬에 합류하다
몇 바퀴를 돌고 난 뒤에야 겨우 주차하고 메트로에 오른 우리. 차 안에는 이미 봄기운이 가득했다. 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이 모두가 DC로, DC로 향하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스케치할 수 있었다. 춘흥을 어쩌지 못하는 피끓는 청춘들, 그리고 그들의 시원스러운(?) 옷차림.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들과 다정한 봄나들이를 떠나는 나이 지긋한 노부부. 정겨운 이들의 모습에서 벌써 진한 벚꽃향이 풍겨나는 듯했다.
드디어 DC의 벚꽃을 구경할 수 있는 '스미소니언' 역. 이미 예상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그 역에서 내렸다. 우리는 벚꽃과의 한판 전쟁(?)을 벌이기도 전에 먼저 사람들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으이그, 징한 사람, 사람들.'
밖으로 나오니 사방이 벚꽃 천지였다. 분홍색과 흰색 벚꽃이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꽃구경을 왔다. 하지만 이렇게 이름난 축제가 늘 그러하듯이 이곳 DC의 벚꽃축제도 결국은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무심한 인간들이 아름다운 벚꽃을 가리고 있었다.
그래, 남는 건 사진뿐?
걸음을 뗄 때마다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에 자주 걸음을 멈춰야 했다. 이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벚꽃을 배경 삼아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모델이 뭐, 별 거더냐? 그럴 듯하게 포즈를 취하면 아무나 모델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