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우
그날 촛불 시위는 부여 사람들에게는 그냥 '시위'가 아니었다. 황 박사가 '희대의 사기꾼'이 아니라 '자랑스런 부여 사람이며 애국자'로 다시 돌아오길 기원하는 기원제였다. 부여 사람들의 촛불은 그를 향한 믿음이었다.
시위 현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복잡하게 얽혀 버린 생각들로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사건은 아직 검찰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금은 누구도 섣불리 진위에 대해서 속단해서는 안 된다. 문득, 그 얽힌 미로 속에 어쩐지 언젠가 한 번 찾아 갔던 길이 있었던 느낌이 스쳤다.
20여년 전,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 속 내용이 오늘날 황 박사 사건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닌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나라의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에게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지시했었는데, 그가 미국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었고 박 대통령 역시 시해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20여년의 세월이 더 흐르고 나면 황 박사 사건도 어느 소설가에 의해 소설의 모티브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 많은 세월에 묻혀서 진위와 무관하게 각색되기 전에 전모가 밝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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