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축제 '한국의 술과 떡 잔치' 중에서한국의술과떡잔치
고가의 유기농 식품 매출이 연평균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고, 회원제 유기농 직거래 전문점의 확산이 급속하게 느는 것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족문화와 솔로문화가 확산되면서 외식에 대한 관심, 혼자 요리해 먹는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는 것도 '음식 문화' 붐의 한 이유로 꼽힌다.
좀 더 근원적인 점을 살필 필요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음식은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몸에 좋지 않은 성분과 재료라 하더라도 기업에겐 얼마든지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줄 수 있다. 맥도널드 음식은 사람들이 싼 가격에 허기를 면하게 해주었지만 대신 성인병과 비만을 안겨주었다. 이것이 자본주의 속 음식의 딜레마다.
이 딜레마 속에서 사람들은 보다 안전한 음식을 찾고 있다. 이러한 관심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은 그렇게도 음식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중문화, 특히 방송은 맛있는 음식에 집중한다. 근본적으로 상품 구조 속 음식문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데 인색하다. 개인화된 음식문화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이른바 '화면발'을 잘 받게 하려고 채소보다 육식을 주로 다룬다. 더구나 끊임없이 농촌은 맛있는 음식점이 많은 곳으로 설정된다. 사실 도시인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도 말이다. 주부들 중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끊임없이 외식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정과정에 잡음이 생긴다. 방송 출연한 점포는 그것을 광고수단으로 삼는다. 요즘에는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방송에 나오지 않는 맛있는 집이 인기다.
많은 프로그램들은 음식 자체에만 머무는 경향이다. 음식은 그 자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맛이 나온다. 하나의 음식은 사람마다 그리고 집마다 달라진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먹을 때 맛있는 음식이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맛은 움직인다.
또한 음식마다 사연과 추억이 있다. 음식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방송의 음식들은 그 맛 자체로만 끝난다. 음식은 곧 문화다. 하지만 방송에선 문화가 거세된 음식이 나온다. 게다가 방송에선 음식이 커뮤니케이션이자, 의사소통 그 자체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대중문화에서 놓치는 점이다.
음식문화의 근본적인 전환 필요…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를 만든 모건 스펄록은 <먹지 마, 똥이야!>라는 책에서 패스트푸드 식품에 대해 다시 경고를 하고 있다. 이 책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의 제국> <육식의 종말> <음식혁명> <슬로푸드> <희망의 밥상> 등은 치밀하게 패스트푸드나 육식의 폐해, 해당 기업들의 부도덕성을 분석해 왔다.
특히 <희망의 밥상>은 대안 중심으로 먹을거리 문화 변화에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제인 구달은 1ha 농지에 감자를 심으면 22명이 1년을 살지만 그 땅으로 고기를 생산하면 기껏 1~2명뿐이라며 각종 먹거리 관련 협동조합 활동과 소비자 모임 참여 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유기농산물이 비싸다지만 비유기 농산물로 인한 땅과 공기, 물 오염의 복원비, 자식들의 <건강보험료> 등을 따져보면 훨씬 싸다는 주장을 한다. 이는 자본주의 상품구조 속에 포획된 음식문화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음식은 국가 안보라는 주장도 되새길 만하다. 식품 다국적기업과 농산물 대국에 종속되는 경향을 경계하고 국가가 음식의 중요성을 인식해 값싼 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음식정책을 체계적으로 세울 때라는 것이다.
슬로우 푸드 운동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이는 단순히 패스트푸드에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생물학적 종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지역 공동체 음식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산업형 농업 대신 대안농업의 길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만화, 공연예술, 드라마와 교양 방송 프로그램, 그리고 각종 지역축제와 연관된 개별적인 맛, 음식이 아니라 생태학적 공동체적 나눔과 생명의 음식과 맛 문화를 열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EBS <한영애의 문화 한페이지>에서 말한 것을 고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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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책 축제에 맛은 있는데 음식문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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