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아플 땐 우렁각시와 다슬기탕을

<음식사냥 맛사냥 72>간 기능 회복과 숙취 해소의 황제 '다슬기탕'

등록 2006.04.11 18:29수정 2006.04.11 18:30
0
원고료로 응원
술 깰려면 다슬기탕 드세요
술 깰려면 다슬기탕 드세요이종찬
술 깨는 데 다슬기탕만큼 좋은 음식이 있을까

이 세상에 다슬기탕 만큼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쓰린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 또 있을까? 물론 어떤 이들은 숙취 회복에는 다슬기탕보다 봄철에 많이 먹는 재첩국이 훨씬 더 좋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복국이나 생대구탕이 해장국으로는 최고의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긴, 그 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음식은 그날그날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그날그날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빨리 소화되기도 하고, 조금 느리게 소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한 체질을 가진 사람에게는 일반 사람들이 누구나 즐겨먹는 그 어떤 건강음식들이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그네에게 어떤 사람이 지금까지 먹어본 여러 가지 음식 중에서 빠른 숙취해소와 간 기능 회복에 좋은 음식 한 가지를 손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다슬기탕을 이야기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그네가 술에 찌들어 속이 쓰리고 온몸이 피로할 때마다 가장 즐겨찾는 음식이 바로 다슬기탕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슬기탕은 나그네의 입맛과 체질에 잘 맞았다. 또한 그 때문에 나그네는 평소에도 속이 더부룩하고 몸이 조금 찌뿌둥하다 싶으면 가까운 다슬기탕 전문점을 찾는다. 그리고 그렇게 다슬기탕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이 먹다보면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이 흐르면서 이내 온몸이 날아갈듯이 가벼워지곤 했다.

잘 차려진 경상도식 다슬기탕
잘 차려진 경상도식 다슬기탕이종찬

이 집 다슬기탕은 아욱을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집 다슬기탕은 아욱을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이종찬
간염, 황달, 이뇨작용, 골다공증 등에 좋은 다슬기탕

다슬기는 경상도에서는 '고디', 충청도에서 '올갱이'라 부르는 민물 고둥이다. 주로 맑은 냇가에 많이 살고 있는 다슬기는 예로부터 술을 많이 마셨거나, 간이 나쁘거나, 눈이 충혈되거나, 빈혈이 있거나, 몸의 피로가 오래도록 풀리지 않을 때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국을 끓여 즐겨먹었던 보약 같은 음식이었다.


다슬기가 오죽 몸에 좋았으면 조선시대 명의 허준(1546∼1615)이 지은 <동의보감>에 "다슬기의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며 독은 없다, 간열과 눈의 충혈, 통증을 다스리고 신장에 작용하며 대소변을 잘 나게 한다, 위통과 소화불량을 치료하고 열독과 갈증을 풀어준다"라고 씌어져 있겠는까.

어디 그뿐인가.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학자 이시진(1518∼1593)이 엮은 약학서 <본초강목>에 따르면 다슬기는 ▲열을 내린다 ▲술에 취한 것을 깨어나게 한다 ▲갈증을 멈춘다 ▲황달을 제거한다 ▲이뇨작용을 촉진한다 ▲칼슘이 풍부하며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등, 다슬기의 효능은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게다가 다슬기탕을 만드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다슬기를 2∼3일 동안 깨끗한 물에 담궈 해감을 시킨 뒤 끓는 물에 20∼30분 정도 삶아 살을 발라놓는다. 이어 다슬기를 삶은 푸르스럼한 국물에 된장을 풀고, 밀가루를 살짝 묻힌 다슬기와 부추, 시금치, 아욱, 갖은 양념 등을 넣어 한소끔 끓이면 그만이다.

숙취해소, 피로회복에 그만인 다슬기탕
숙취해소, 피로회복에 그만인 다슬기탕이종찬

시원하면서도 뒷맛이 아주 깔끔한 다슬기탕
시원하면서도 뒷맛이 아주 깔끔한 다슬기탕이종찬
다슬기탕의 맛에 빠져 다슬기탕 집을 아예 인수한 우렁각시

"하루는 등산을 갔다가 술이 억수로 취해가꼬 힘들어 죽을 뻔 했어예. 그때 제 친구 하나가 이 식당에 들러 다슬기탕을 시킨 뒤 저더러 먹어라 했지예. 이걸 먹으면 금새 술이 싸악 깬다면서. 사실, 그때 저는 물도 못 마실 정도로 속이 쓰렸는데, 그 다슬기탕을 몇 수저 뜨고 나니까 신기할 정도로 몸이 좋아지는 게 아니겠어예."

지난 4일(화) 저녁 5시. 창원대로 곳곳에 하얗게 휘날리는 벚꽃잎에 흠뻑 취해 있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들렀던 '우렁각시'는 창원에서 손꼽히는 몇 안 되는 다슬기탕 전문점이다. 이 집 다슬기탕이 유명해진 것은 언론에 났거나 특별한 광고를 해서가 아니다. 그저 이 집을 다녀간 수많은 손님들의 입소문 때문이다.

이 집 주인 이정희(51)씨는 "4개월 전, 이 집에서 먹은 다슬기탕이 하도 시원하고 속이 확 풀리는 게 너무 좋아 그때부터 주인에게 졸라 그대로 이 집을 인수해버렸다"고 말한다. 또한 "손님들이 하는 말이 '창원, 마산, 김해 장유 등지에 있는 다슬기탕 전문점을 다 돌아다녔지만 이 집 만한 집이 없더라'고 하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덧붙인다.

앞으로 '우렁각시'라고 불러달라는 이씨는 "그때부터 옛 주인의 비법을 그대로 이어받아 지금까지 장사를 하고 있다, 특히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되뇐다. 즉, 어젯밤에 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속이 불편해서 아침을 거르고 나온 사람들이 다슬기탕으로 속풀이를 하기 위해 자주 찾는다는 그 말이다.

이 세상에 다슬기탕 만큼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쓰린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 또 있을까
이 세상에 다슬기탕 만큼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쓰린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 또 있을까이종찬

밑반찬도 아주 깔끔하다
밑반찬도 아주 깔끔하다이종찬
아욱을 쓰지 않는 경상도식 다슬기탕 맛 보셨나요?

"저희 집 다슬기탕은 충청도식 올갱이탕 하고는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 다르지예. 충청도에서는 올갱이탕에 반드시 아욱을 쓰지만 저는 아욱 대신 통배추를 삶아서 넣지예. 그래서 그런지 저희 집 다슬기탕을 먹어본 사람들이 시원한 맛이 독특하고 뒷맛이 아주 깔끔하다고 그래예."

이 집에서 다슬기탕을 만드는 방법은 조금 색다르다. 먼저 다슬기 삶은 물에 다시마와 양파, 매운고추 등을 넣어 다시 한 번 맛국물을 만든다. 이어 맛국물에 미리 탱자가시로 빼놓은 다슬기살과 부추, 삶은 통배추를 넣어 한소끔 끓인다. 그리고 이 집에서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양념을 넣으면 끝.

나그네가 "다슬기탕에는 아욱이 반드시 들어가는데 왜 아욱을 넣지 않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것은 충청도식이지 경상도식이 아니다"라고 못박는다. 그리고 "저희 집 다슬기탕이 다른 집과 틀린 것은 아욱을 쓰지 않고 삶은 통배추를 쓰기 때문"이라며, "모든 음식은 그 집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맛이 있어야 한다"고 귀띔한다.

이윽고 다슬기탕(6천원)과 소주 안주로 시킨 논고동무침(2만원)이 여러 가지 밑반찬과 함께 상 위에 올라온다. 제일 먼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다슬기탕 국물을 조금 떠서 입에 넣자 다슬기 특유의 향긋한 맛이 혀끝을 톡톡 치는가 싶더니 금세 꿀꺽 삼켜진다.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게 뒷맛이 참 깔끔하다.

쫄깃하게 씹히는 다슬기 맛도 그만이다
쫄깃하게 씹히는 다슬기 맛도 그만이다이종찬

우렁각시가 내놓은 논고동무침
우렁각시가 내놓은 논고동무침이종찬
다슬기탕에 하얀 쌀밥을 말아 몇 수저 정신없이 떠먹자 어느새 이마, 목덜미에 땀방울이 송송송 맺히는가 싶더니 더부룩한 속이 싸악 풀어지는 것만 같다. 이 집 다슬기탕은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만 입맛이 당기는 게 특징이다. 소주 한 잔 마시며 찍어먹는 논고동무침의 맛도 쫄깃하면서도 구수한 게 새콤달콤한 뒷맛이 끝내준다.

"술 드시다가 가끔 속이 별로 안좋다 싶으모 언제든지 이 우렁각시로 찾으이소. 딴 건 몰라도 술 깨는 거 하고 속 아픈 거 하나만큼은 이 우렁각시가 금세 해결해 드리지예."

논고동무침 한 접시면 소주가 끝없이 들어간다
논고동무침 한 접시면 소주가 끝없이 들어간다이종찬

덧붙이는 글 | ☞가는 길/ 서울-대진고속도로-진주-동마산 나들목-창원역-창원서부서-창원고 300m-다슬기 전문점 '우렁각시'

※이 기사는 '유포터', '씨앤비', '시골아이 고향' 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가는 길/ 서울-대진고속도로-진주-동마산 나들목-창원역-창원서부서-창원고 300m-다슬기 전문점 '우렁각시'

※이 기사는 '유포터', '씨앤비', '시골아이 고향' 에도 보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