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는 대선이 아니다

[진중권의 창과 방패] <조선일보>의 '누구' 띄우기

등록 2006.04.12 08:05수정 2006.04.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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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는 미래 국가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어제자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입니다. 이 사설은 언론이 어떻게 독자의 얼을 빼놓는지 보여주는 모범적인 예로 보입니다.

이 사설은 서울시는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축소판"이자 "대한민국에 열려 있는 가능성의 집합체"이기에 "서울시장이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고, 서울의 잠재력을 현재화하는 능력을 발휘한다면 그에게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가 갖는 이 중차대한 의미를 무시하고 그저 "정치 패션", "미디어 노출도"가 높은 인물을 내세워 표 줍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여야 모두를 고루 비판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공정하고 타당한 비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사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겠지요. 왜냐하면 "서울시장 선거는 미래의 국가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현재의 서울 지도자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죠. 대선은 내년에 따로 하지요.

이런 사설의 바탕에는 '따라서 서울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서울시장이야말로 미래의 대통령감'이라는 부당한 전제가 깔려 있지요. 그 분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짐작들 하실 겁니다. 언론에서는 주로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지요.

<조선일보>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의 예를 듭니다. "지미 카터 이후 현재까지 5명의 미 대통령 중 4명이 주지사 출신"이라는 거죠. 근거를 찾다가 없다 보니 근거도 미제를 수입해다 써야 했나 봅니다.


참고로, 여기서 제가 퀴즈 하나 내지요. 이건 신토불이 순수 국산 퀴즈입니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공통점이 뭘까요?'


정답 : '서울 시장을 지낸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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