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를 사퇴하고 오세훈 전 의원 지지를 선언한 박계동 의원과 오 전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포옹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재밌을 것 같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서울시장 출마를 바랐던 사람들의 입에서 쉽게 튀어나오는 말이다. 구체적인 이유에 앞서 이들은 선거판에서 뭔가 흥미거리를 찾고 싶어했다.
"재밌게 됐다."
오세훈 전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하자 '강금실 독주'를 제어할 그럴싸한 대항마가 나온 데 대한 관전자들의 호기심어린 표현이다.
"재밌게 됐다" vs "인기투표하냐"
이같은 열기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그 중심에 '이미지 정치' 논란이 있다. '굴러 들어온 돌'에 의해 채일지 모르는 '박힌 돌'의 비판이 가장 거세다.
10여차례 서울시 정책발표회를 열어온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미지나 이벤트 경쟁이 아니라 오로지 정책과 콘텐츠로 승부하겠다"고 강 전 장관을 겨냥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더 거칠다. 홍준표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는 '인기투표'가 아니"라며 강금실-오세훈의 대결을 "탤런트 선발대회구도"로 깎아내렸고, 맹형규 전 의원은 "이미지 정치는 '묻지마 투표'를 조장하는 제2의 지역주의"라며 "유령에 홀려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의 후보인 김종철 전 최고위원 역시 "선거의 본질은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는 데 있다"며 "정치권에 때아닌 염색이 한창"이라고 말해 이미지 정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쇼와 이벤트가 선거판에 범람하면서 정책선거 약속은 실종되고 말았다"고 걱정이 늘어졌다. 21세기는 감성과 이미지의 시대라고 전망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미지 정치를 '조장'한 당사자들의 항변은 이렇다.
강 전 장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법무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성과와 한계가 있었는지 분석없이 '이미지 정치'라고 비난한다"며 "정작 내용에는 관심없는 사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기초작업이 이뤄지는 사회로 가는 데 조금 기여할 수 있었으면 했다"고 출마의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오세훈 전 의원은 11일 '강북도심 부활 프로젝트' 정책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들이 "이미지 정치 아니냐"고 질문하자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인지, 이미 실체적 진실이 형성된 이미지인지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은 후자에 해당한다는 항변이었다.
비판받는 '이미지 정치'에 대해 이 두 후보는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이미지에는 정치인의 정치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되려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혼합색인 보라빛을 앞세워 서울의 강·남북 격차, 정치와 비정치의 경계를 허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녹색'을 내세운 오 전 의원은 환경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 전부터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시민운동을 해왔다는 점을 내세워, 자신에 메고 있는 녹색 넥타이에는 경험과 철학이 녹아 있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