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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영
퇴근길이었습니다. 회사 문을 나서는데 하루 종일 찌푸리고 있던 하늘 저 편에서 눈 부시게 파란 하늘이 살짝 고개를 내미는 게 보였습니다. 어쩌면 오늘은 좀처럼 보기 힘든 멋진 노을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살며시 고개를 치켜 들었습니다.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신경은 온통 하늘 쪽으로만 쏠렸습니다. 우회전을 하기 위해, 혹은 신호에 걸려 잠시 멈춰 서 있는 시간 등 틈날 때마다 내 눈은 자연스레 하늘을 향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향하는 사이 회사 문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짙은 구름 사이로 조금 얼굴을 내민 정도에 불과했던 눈부시게 파란 하늘은 점차 그 면적이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십중팔구 정말 보기 드문 멋진 노을이 펼쳐질 것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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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영
그때부터 내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카메라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에 취미를 붙인 뒤부터 멋진 풍경만 봤다 하면 찍고 싶어 몸살 나는 버릇이 생긴 터라 정말 보기 드문 멋진 노을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되자 집에 두고 온 카메라가 간절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걸 가지러 갔다 오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대개 노을이란 건 길어야 10~20분 사이에 가장 화려한 빛으로 온 몸을 불사른 뒤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사라져 버리고 마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결국 나는 용단을 내렸습니다. 다행히도 차 안에는 교통사고 등에 대비해 늘 두고 쓰는 일명 '똑딱이' 디지털카메라가 하나 있었는데, 아쉬운 대로 그걸로 한 번 노을 사냥에 나서보자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지금 없는 카메라를 탓해 봐야 소용 없으니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찾자고 마음을 바꾼 거죠.
셔터속도나 노출 조절이 전혀 안 되는 똑딱이를 들고 찍자니 여러 모로 답답하긴 했지만 아예 못 찍는 것보단 낫다고 위로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나마 많이 찍어야 그 중 괜찮은 거 한 장이라도 건질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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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영
그런데 이 놈의 똑딱이가 주인놈의 그런 못 마땅해 하고 못 미더워 하는 심기를 읽은 걸까요? 노을은 바야흐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화면표시와 함께 심통스레 삑삑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랜 시간 차 안에 두고 쓰다 보니 배터리 충전상태조차 불량했던 모양입니다.
한 장 찍고 나면 스르르 전원이 꺼져버리고, 마지막 남은 한 톨의 힘까지 쥐어 짜내려 한 100까지 헤아린 뒤 다시 전원을 켜 또 한 장 찍고 나면 스르르 전원이 꺼져버리는 똑딱이와 씨름을 하며 다시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었습니다. 들은 풍월이 있어 나중에 배터리를 끄집어 내 손으로 문질러 보기도 하고, 탁탁 쳐보기도 했지만 별로 도움은 되지 않더군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몇 장의 노을 사진을 건졌습니다. 하루 종일 잔뜩 찌푸렸던 끝이라 그 웃음이 더 한층 밝고 환하게 느껴지는 하늘이 있는, 그리고 DSLR에 밀려 그동안 계속 뒷방 신세만 지고 있던 똑딱이가 모처럼 마지막 한 톨의 힘까지 탈탈 쏟아내 가며 담아낸 어제 저녁을 여기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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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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