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근원지에 단비... 한숨 돌리나

훈찬타커·텅그리·마오우쑤 등에 11일 전후 비 내려.. 큰 황사 가능성 감소

등록 2006.04.14 15:10수정 2006.04.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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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중국에서는 황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한국은 영향을 주는 근원지에 지난 11일을 전후로 내린 약간의 비 때문에 향후 얼마 동안은 강한 황사 발생 위험이 줄게 됐다.

내륙 황사 여전하지만 한국 영향지 위험성 줄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황사는 투루판 등 허시주랑 지역을 습격해 2억 위안의 손실을 냈다. 이후 이 황사는 동진해 지난 12일 샨시성 시안에 올 들어 가장 강력한 황사를 발생시켰다. 시베리아 기단을 타고 온 황사였기 때문에 기온 하강을 가져왔고 초속 22m에 달하는 강풍까지 동반해 가시거리는 500m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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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3일 12시 발표 12시간 황사예보. 황사 발생 가능지는 몽골 서남부와 네이멍구 파단지린 지역이다 ⓒ 중국기상대

하지만 11일 전후로 내린 비로 황사는 상대적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4월 13일 낮 12시에 발표한 중국기상대의 72시간 황사 예보도를 보자. 몽골 서남부와 텅그리 사막에 약간의 황사 기운이 있을 뿐 큰 황사는 예측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10일을 전후로 가장 큰 영향을 준 훈찬타커 사막의 북쪽 시린하오터 지역은 영하 10도까지 내려갔으며 오후에는 비가 예상되는 등 약간의 강수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풍속도 3급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다. 따라서 이번 황사로 인해 지난번과 같은 큰 황사의 발생 가능성은 현저히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예보가 맞다면 향후 4~5일은 황사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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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부터 13일까지 누적 강수량. 타클라마칸과 파단지린을 제외한 지역에 소량이나마 비가 내렸다 ⓒ 조창완

이 같은 황사 약화의 가장 큰 원인은 11일 전후로 광범위하게 내린 비다. 중국 중앙기상대가 발표한 4월 4일부터 13일까지의 누적 강수량도를 보자. 노란 지역이 무강수 지역이고, 회녹색 지역이 적게나마(10ml 이하) 비가 내린 지역이다. 누적 강수량도에 따르면 타클라마칸 사막과 파단지린, 텅그리 사막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적게나마 비가 내렸다. 앞서 살펴본 72시간 예보와 누적 강수량도를 종합하면 둘의 연관관계를 알 수 있다. 일단 무강수 지역에서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가 많은 황토고원과 허베이 평원 지역에는 10~25ml의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이 경우 바람이 불어도 미세먼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풀들이 자라날 가능성도 높아져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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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부터 13일까지 누적 강수량. 상당수 지역은 여전히 증발량이 많다 ⓒ 중국기상대

물론 이번 비가 황사 근원지를 완전하게 개선한 것은 아니다. 같은 날 발표한 누적 강수량표를 보면 노란색(-50~0)과 적황색(-100~-50) 지역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최악인 적황색 지역은 타클라마칸과 칭하이 동부, 윈난성 지역이며 나머지 근원 지역은 대부분 노란색으로 증발량이 여전히 많아 강수량이 마이너스 상태다. 다행히 얼마간 기온이 떨어져 땅이 동결되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황사 발생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훈찬타커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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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푸치 사막 동부에 있는 일본청소년들의 사막화 방지림 조성 기념비. ⓒ 조창완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황사 근원지는 마오우쑤나 쿠푸치, 커얼친 등 네이멍구 중부와 서부에 있는 파단지린, 텅그리 사막 등이었다. 일본은 90년대에 과학적인 점검을 해 자국에 날아든 황사가 대부분 마오우쑤나 쿠푸치 사막에서 온 것임을 알아내고, 이 두 지역에 NGO 단체를 보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림이나 사막화 방지 대책을 강구했다. 막막한 사막의 연속인 바오토우 서부 쿠푸치 사막에는 일본이 진행한 조림사업으로 직접적인 사막화 라인이 저지되는 등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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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훈찬타커 동부 바이인지역의 초원 모습 ⓒ 조창완

그 사이 다른 곳이 집중적으로 파괴되기 시작했는데 바로 훈찬타커 지역이다. 베이징에서 정북으로 300~400km 떨어져 있는 훈찬타커는 한국을 기준으로 봤을 때 북서쪽 방향으로 편서풍이 불 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6년 동안 이곳 상황은 최악으로 바뀌었고 결국 지난 황사 같은 재앙을 초래했다.

가장 큰 원인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황막화와 사막화의 진행이다. 중국 사막화 대책의 전문가인 네이멍구임업과학연구원 야오홍린(姚洪林) 부원장은 "6년 동안 진행된 가뭄으로 시린궈러 등 훈찬타커 주변 지역에 사막화가 급진전됐다"고 말했다.

과거 양이나 소가 있던 초원 지역이 최근에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황막화 지역으로 변했고, 이에 따라 사막도 확장됐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훈찬타커 초원 동부에 있는 타리뤄얼후다. 이 호수는 과거보다 면적이 현격히 줄어들어 예전 호수 안의 섬이 이제는 호수 주위에 위치한 산이 되었다. 극심한 가뭄으로 과거 거대한 풀들이 자라던 초원도 이제는 양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대한 풀들이 사라진 지역으로 변했다.

문제는 이 지역의 강수량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지역이 초원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2년 정도 안정적인 강수가 필요하다. 최근에 비가 약간 내리긴 했지만 장기적인 강수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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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이 감소해 호숫가 다리가 드러난 타리뤄얼후의 모습. ⓒ 조창완

한국이 이 지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2500km 떨어진 마오우쑤나 황토고원의 황사는 예보할 시간이 있지만 이 지역은 베이징에서는 300~400km, 우리나라와는 1300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하룻밤 사이에도 서울에 닿을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최근 한국의 기상청도 예보에 실패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지역의 절대강수량이 중서부 지역보다 많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 지금이라도 황사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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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타리뤄얼후는 백조의 낙원으로 불린다. 2005년 여름.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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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여름 황막화가 진행 중인 훈탄타커 동부 지역.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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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울란보통초원 모습. 가장 아름다운 초원으로 꼽히는 이곳도 이제 풀이 현저히 작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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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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