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엽
'코믹노동뮤지컬을 한다고?'
노동현장에서 20년 가까이 문화활동을 해왔던 '노동문화예술단 일터(일터)'에서 코미디를 한다는 말을 듣고 좀 어이가 없었다.
고공에서 단식을 하고, 손목을 끊고, '차라리 죽여라'를 외치는 2006년 노동현실을 어떻게 보고 '위험한 변절'을 하려는 거야.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하에 있는 소극장을 찾았다. 한참 공연연습 중이다. 그때다.
위험한 변절
"How are you?"
어, 웬 영어. 입이 굳고 얼굴이 긴장된다. 누구지? 아, 작년 부산 APEC 반대 시위 때 만났던 단 첨리(Dan Chumley)가 아닌가.
"Ah, Dan. Long time, no see."
경찰들은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 시위대는 거센 물줄기를 맞으며 컨테이너에 밧줄을 묶고, 끌어내릴 때, 취재하던 내 눈길을 끌었던 이국인이 아닌가.
단은 미국에서 오래된 극단 가운데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마임 투룹 극단(SFMT)에서 34년간 일을 했다. SFMT는 폭 넓은 코미디 양식을 가지고 날카로운 정치풍자를 하는 극단이다.
"우리 극단은 빠른 줄거리와 재치 있는 대화를 풍성하게 하려고 음악, 춤, 노래를 사용하죠. 1959년 이후로는 미국 민중들에게 정부가 국내외 정책을 바꾸고, 민중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는 역할을 우리 극단에서 해왔어요."
단은 보통 극단들이 예술 감독에게 좌지우지되는 것에 반해, SFMT는 모든 것을 단원들이 함께 결정하는 공동체 성격을 지닌 좌파 극단이라고 한다.
미국 좌파 극단
인터뷰를 요청하자 단은 손을 젓는다. 공연을 하는 일터 단원들과 하라고 한다. 좌파극단 연출자답게 인터뷰도 단원들에게 돌린다. 리허설을 보려고 단 옆에 앉았다.
단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리허설을 하는 단원들보다 더 사실적으로 표정을 지으며 손짓과 몸짓을 한다. 입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두두두두, 삐루삐루삐루. 효과음을 넣는다. 연출자인지, 배우인지, 음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단이 무대로 나간다. 개다리 춤을 추듯 다리를 흔들고, 얼굴은 도리도리를 치고, 두 손의 검지를 눈썹 끝에 대고 빙글빙글 돌린다. 순간 코미디언 배삼룡이 떠오른다.
개다리 춤추는 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