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지난 10일 최초고용계약법을 결국 철회했다. 프랑스의 학생, 노조를 비롯한 전 국민의 연일 계속된 대규모 시위 덕분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게 이러한 프랑스의 상황은 그저 바다 건너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한겨레> 4월 13일자 만평에는 프랑스의 소식에도 아랑곳없이 FTA를 가져다가 바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똑같이 달걀을 좋아하는 딸 옥희와 아저씨 중 아저씨에게만 달걀 반찬을 주는 소설 속 어머니처럼, 우리 농민, 우리 영화인의 살 길보다는 미국의 입맛에 맞추기에만 여념이 없는 노무현 정부의 모습에 새삼 분노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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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4월 13일자 만평 ⓒ 한겨레
결국 아저씨와의 로맨스보다 딸 옥희와의 단란함을 선택한 어머니와는 달리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의 로맨스(?)에 정신이 팔려 우리 민중들의 삶은 버릴 작정인가보다. 협상도 시작하기 전 4가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더니 급기야는 광우병이 의심스러운 쇠고기 수입을 전면 재개하라는 미국의 행태와, 그럼에도 '생산성 증대 효과를 고려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의 결과 중 무역 흑자 감소분을 73억 달러에서 47억 달러로 조작한 정부의 모습은 이런 우려를 더하게 만든다.
4월 11일자 <레디앙> 만평 속의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노총이 지난 10일부터 비정규직 법안 처리 저지 등을 내걸고 시작한 순환총파업의 소식을 읽고 있는 노 대통령은 잔뜩 심술이 난 얼굴로 프랑스 정부의 최초고용계약법 철회 소식을 알리는 TV를 꺼버린다.
남의 나라 사정이야 어떻든 파업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생각도, 프랑스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기를 해결할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정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만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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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4월 11일자 만평 ⓒ 레디앙
물론 프랑스와 한국의 모습이 같을 수는 없다. 서로의 환경이 다르고, 역사도 다르며, 살아온 방식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프랑스나 한국이나 사람이 사람답게,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라는 점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노동자와 학생들의 파업으로 법안의 철회를 얻어 낸 프랑스 민중들과, 정부와 정치권 일부 언론들에게 질타와 비난의 대상이 되는 우리의 노동자들의 모습은 더욱 선명히 대조된다. 우리 민중들의 삶을 외면한 채 결과조차 불투명한 FTA에만 목을 맨 노무현 정부는 고개를 들어 프랑스를, 그리고 우리 민중들의 삶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언론비평웹진 필화(pilhwa.com)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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