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새벽 총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이문동 차량기지에 모여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러한 모순 속에서도 정부는 언제나 공익성과 이윤추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라고 한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금 철도에서는 지사개편, 인력재배치 등, 전 방위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직원들 대부분은 경영정상화의 기본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그러한 자구노력에는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다.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돈도 벌고 공익성도 확보하라'는 이율배반적인 고리에 묶여 더 이상 희망 없는 철길을 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철도에는 백 원을 벌기 위해 천 원을 투자해야 하는 곳이 많다. 적자선로를 걷으려고 하면, 공익성 때문에 안 되고, 적자역을 폐쇄시키려고 하면 서민의 이동권리를 막는다면서 지역의원이 와서 말린다.
한마디로 '너희들이 알아서 기관차도 사고 비싼 기름도 사고 선로도 깔아서 공익성 유지하고 이윤창출도 해서 직원월급도 주며 국가의 대동맥역할을 충실히 해 달라'는 것이다. 고속철도 부채까지 덤으로 끼워 넣어 직원들을 더욱 주눅 들게 한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나는 언론에게 묻고 싶다. 대한항공이 회사 돈으로 영종도 신공항 건설까지 해서 비행기를 띄우는지,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통행료 걷어서 직원들 월급도 주고 고속도로까지 건설하는지를, 그들은 국가에서 건설해준 시설을 유지 운영만 하면 된다. 이유는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이다.
철도 역시 국가기간 산업이다. 눈을 돌려 다른 나라를 한 번만 돌아보라. 왜 국가가 지고가야 할 원천적인 짐을 유독 우리 철도직원에게만은 가혹하게 짊어지게 하는지, 이 부채의 짐이 결국 훗날 국민이 지고가야 할 원죄적인 짐이 아닌지, 사실이 분명한데 정치권과 언론은 무엇 때문에 짐짓 모른 체 시치미를 떼며 뚝 터질 날만 기다리는지를, 진실로 되묻고 싶다. 전향된 해결의지를 가지지 않으면 철도부채문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될 것이다.
'병은 알릴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철도부채문제가 속으로 곪아터져도 역대 CEO들은 국회에서 문제는 덮어둔 채 장밋빛 미래를 펼치는 것을 보아왔다. 솔직히 못마땅했다. 알면서 덮어 두는 것은 책임 있는 CEO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직원들은 현 철도공사 CEO께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적어도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은 믿기 때문이다. 병을 알려야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집에 빚이 많으면 어느 자식인들 밥 한 끼 마음 편히 먹겠는가. 더욱이 그 빚이 호박덩이처럼 떠안은 것이고, 평생을 죽자 살자 일해도 못 갚을 빚이라면 어찌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겠는가. 원천적으로 희망이 봉쇄된 일터에서 어떻게 나은 근로조건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최상의 국민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류공사, 흑자기업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 우리도 그 열매를 국민과 함께 기쁘게 나누고 싶다. 철도의 공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파생된 나머지 한 마리 토끼는 국가가 잡아주기를 간곡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