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이어온 성보(聖寶)가 손짓한다

[양산문화공간의 재발견 5] 통도사성보박물관

등록 2006.04.17 18:48수정 2006.04.1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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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종찰 통도사는 우리나라 불교의 '등불'로 불린다.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15년(646) 신라의 대국통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안치한 이래 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삼보란 불교 성립의 삼대요소인 불(佛:교주)·법(法:교법)·승(僧:승단)을 뜻하며, 삼보사찰이란 바로 이들 삼보를 상징하는 사찰을 일컫는 말이다.

즉, 팔만대장경을 모신 법보사찰 해인사, 보조국사(普照國師) 이래 16국사를 모신 승보사찰 송광사와 함께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금실로 수를 놓은 가사)가 봉안되어 있는 통도사는 삼보의 으뜸인 불보사찰의 위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그러니 약 1400년의 역사를 거치며 통도사에 안치된 불교유물은 얼마나 많겠는가. 그 소중한 불교 유물들을 보관 전시하는 곳이 바로 양산 유일의 박물관인 통도사 성보박물관(관장 김범하)이다.


a 통도사성보박물관 전경

통도사성보박물관 전경 ⓒ 양산시민신문

불교문화재의 총람

창건 이래 통도사에 전래되어 오던 문화재들은 1954년부터 경내의 관음전과 만세루에 진열되면서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는 그 뒤 1987년 10월에는 약 80평 규모의 전시관 건립으로 이어졌고, 이듬해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 규정에 의해 문화부의 인가를 받으며 한국 사찰 성보박물관의 효시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이로부터 여러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전시물의 급격한 증가와 박물관 기능이 다양화해짐에 따라 보다 넓은 전시공간과 부대시설이 요구되었다. 2003년 12월 4일 열반에 든, 당시 영축총림 방장 월하 큰스님의 신축박물관 건립에 따른 교시와 후원이 있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1994년 정부 보조와 사찰 자체 비용을 투입한 대규모의 신축박물관이 착공됐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99년 4월 오늘의 모습을 갖춘 성보박물관이 새로 세워지게 된 것이다.

성보(聖寶)란 불·법·승 삼보에 근거해 시간적, 공간적 제한을 받지 않는 유형, 무형, 자연계를 포함하는 불교신앙의 산물이다. 다시 말해 성보는 단순히 한 장인의 솜씨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 평생을 통해 신심과 원려의 수행 방편으로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말이다. 성보박물관은 60여 개의 크고 작은 가람들이 남북으로 길게 자리한 통도사 경내 첫 들머리에 제법 웅장한 자태로 서있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5000여평 대지에 연건평 1295평의 철근콘크리트 라멘조 한옥식 팔작기와 지붕이 고색창연한 가람들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국보 1점·보물·33점·유형문화재 851점 등
선조들 숨결 서려있는 문화유산 3만여 점



a 괘불탱-영산전 영산회상도

괘불탱-영산전 영산회상도 ⓒ 양산시민신문

입구에서부터 마치 수문장인양 버티고 서서 당당함을 내뿜는 괘불탱(그림으로 그려서 걸어놓은 부처의 모습)은 성보박물관의 자랑. 국내에서 유일하게 12m의 괘불을 전시할 수 있어 전국 각 사찰에 보관되어 있는 괘불이 6개월씩 돌아가며 전시되고 있다. 거대한 괘불 앞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보물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현재 박물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물은 불교 문화재를 중심으로 국가지정 국보 1점과 보물 33점을 비롯하여 유형문화재 851점을 포함한 약 3만여 점으로, 저 아득한 선사시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유형별 다양한 모습들을 띈 참으로 보배로운 문화유산들이다.


a 전시유물을 관람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전시유물을 관람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 양산시민신문


a 왼쪽은 ‘관무량수경변경도’ 오른쪽은 ‘암적암 범종’

왼쪽은 ‘관무량수경변경도’ 오른쪽은 ‘암적암 범종’ ⓒ 양산시민신문

소장 유물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600여점에 달하는 불교회화를 꼽을 수 있다. 이들 불화는 밑그림인 초본을 비롯하여 소형 사경변상도에서 높이가 13m에 달하는 초대형 괘불에 이르기까지 장르가 다양하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박물관을 통틀어서도 가장 풍부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이들 불교회화를 중심으로 전시실을 운영되는, 국내 박물관으로는 유일한 불교회화 전문박물관이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의 전시실

▲ 성보박물관 안내도

■ 중앙홀국내 박물관으로는 유일하게 높이 12m 이상 되는 대형괘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대가 중앙 홀에 마련되어 전국 각 사찰에 소장되어 있는 괘불이 정기적으로 교환 전시되고 있다.

■ 불교회화실
국내 박물관뿐만 아니라 세계 박물관을 통틀어 가장 풍부한 불화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불교회화를 중심으로 전시실을 운영하는 국내 유일한 불교회화 전문 박물관이다. 2층 불교회화실에는 예로부터 각 전각에 신앙의 상징으로 봉안되어 오던 대형 불화들을 한 자리에 모아 최적의 상태로 보존 전시하고 있다.

■ 통도사 역사실
이 전시실에는 청동은입사향완, 감지금지묘법연화경 등 창건 이래 통도사에서 전래되어 오던 불교조각, 불경, 법구, 사리장엄구, 기와와 같은 중요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통도사의 역사 사격(절의 자격이나 등급)은 물론 불교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 기증유물실(월저 기념실)
이 전시실은 월저(月渚) 김진조(金鎭祚) 선생이 수집하여 통도사성보박물관에 기증한 300여점의 문화재로 구성돼 있다.

선사시대 토기에서부터 조선시대 청화백자까지로 이어지는 도자기와 먹통, 촛대 등의 다양한 민속품과 청전 이상범, 수화 김환기 등 근·현대 화가의 대표작까지 기증품 중 명품을 선정, 전시하고 있다.

■ 노천(老天)유물관
기존의 박물관을 새롭게 단장한 노천유물관은 월하 스님의 친필 서화와 소장유물들을 한 자리에 모은 곳이다. 월하 스님의 친필 서화는 물론 공예품과 세계 각국의 불교사절단이 스님을 예방하고 봉헌한 기념품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 전영준

덧붙이는 글 | 전영준 기자는 경남 양산의 풀뿌리신문인 '양산시민신문'의 편집인입니다.

덧붙이는 글 전영준 기자는 경남 양산의 풀뿌리신문인 '양산시민신문'의 편집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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