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식 화장실의 사용법을 몰라 고민에 빠진 봉순이 변기에 거꾸로 걸터 앉은 장면MBC
맨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 그리운 할머니를 회상하며 불러대는 민요 가락은 캐스팅이 돋보이게 하는 연출의 솜씨다. 거기에다 산골소녀의 어눌한 상경을 뒷받침하는 그의 사투리 구사는 달라진 유진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강원도 출신 개그맨(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이 유행시키기 시작한 강원도 사투리는 그 정겨운 억양과 '~했더래요'의 서술형 어미로 우리에게 강원도 산골의 넉넉한 인심처럼 다가온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주인공들이 '그랬니' '저랬니' 하는 서울 말씨(표준어)로 남과 북으로 갈라서 다투었더라면, 과연 그 영화가 이념의 전쟁터에 꽃 핀 인간의 발견,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극적 테마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었을까? 무거운 주제를 그처럼 희화하면서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을까.
무대이건 스크린이건 또는 브라운관이건 극과 인물을 결정하는 것은 곧 대사이고 이는 언어가 주는 마력 같은 것이다. 하물며 작중인물이 구사하는 사투리는 그 인물의 성격과 출신 그로 인한 인생의 유전까지를 결정하는 요소다.
사투리, 곧 방언은 한 언어체계 안에서 갈라진 파생적 언어다. 방언을 형성하는 일차적 요인은 지역적 격리성이다. 또한 사회적 계층방언인 경우는 화자가 속한 사회 내부의 계층을 대변한다.
사투리를 쓴다는 것은 지역적인 단절이 전제된 환경을 나타내고 그것은 한 사회 내부에서조차 다른 문화권이 존재한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또한 사투리의 자연스런 구사는 일시적인 학습에 의해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 그 고장에서 살아온 후에야 가능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라도에서 '거시기'는 어떤 대화에 사용되어도 의미해독에 지장이 없다. 물론 그 지역에 산 사람들의 경우다. 앞뒤 문맥을 통해 거시기는 거의 모든 것을 지칭할 수 있는 마법의 낱말로 기능한다.
우리 영화의 흔한 소재인 조폭을 그린 영화에서 주인공이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은 바로 극 중 인물을 관객에게 각인시키는 중요한 극적 기제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조폭 역사가 전라도와 부산(경상도) 출신의 주먹들에 의해 형성되고 이어져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말투와 말씨는 인간의 내면과 실제 생활상까지도 생생하게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이다.
그 사투리를 의뭉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유진을 보면서 적어도 그가 극과 극 중 배역에 쏟는 열정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치열한 노력의 결과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극의 홈피에는 사투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자막을 넣어달라는 애교성 짙은 시청자들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정도면 유진의 변신과 연기력에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좋지 않을까.
기상캐스터 출신 안혜경의 연기자 데뷔, 극의 타이틀인 '진짜 진짜 좋아해'가 주는 여러 추억들(70년대 말 유행했던 하이틴 영화며 혜은이와 길옥윤의 환상결합 등)에다 어설펐던 한 아이돌 스타의 달라진 모습을 보는 재미에 한동안은 주말이면 TV 앞에 앉아 있어야만 할 것 같다.